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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해안선의 길이는?”
면접자의 창의력과 순발력, 그리고 지구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면접관이 던짐직한 이런 질문을 가지고 논문을 쓴 과학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만델브로트. 그리고 그가 내놓은 답 역시 그의 논문 제목(영국을 둘러싸고 있는 해안선의 총 길이는 얼마인가)만큼 재미있다. 답은 무.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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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리아스식 해안선은 움푹 들어간 해안선 안에 굴곡진 해안선이 연속된다. 이 들쭉날쭉함을 세밀하게 재기 위해서는 최소 단위가 작은 자를 사용해야 하는데 그 최소 단위가 작으면 작을수록 해안선의 길이는 늘어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컴퓨터 화면에 영국 해안선이 나온 사진을 띄워놓고 들쭉날쭉한 해안선이 직선으로 보일 때까지 줌을 확대해서 보다 보면 그 줌의 끝이 없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리하여 원본 속 해안선 길이에 그 끝없는 줌 배율을 곱하면 무한대가 나온다는 말이다.
‘’말도 안 돼!’ 라며 바로 반론이 튀어나올 것처럼 입술을 열었다가 몇 초 후 아무 말 못하고 입을 닫아버리는 건 비단 나뿐일까? 아무리 넓다고 하더라도 유한한 넓이의 영국 땅 안에 무한의 길이의 해안선이 들어간다는 게 어디 말이 되는 소리냔 말이다.

 

하지만 이런 넌센스 같은 이론이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은 것도 이상한 일이다. 불현듯 학창시절 천문관측 동아리에서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관측할 때의 일이 생각이 났다. 파인더로 원하는 별이 있음직한 위치를 맞추고 아이피스로 그 주위를 살피는 것이 보통의 관측 순서이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원하는 별이 시야에 들어오면 다시 고배율의 아이피스를 망원경에 끼워놓고 그 별을 자세히도 들여다보곤 했다. 눈 하나가 겨우 들어가는 지름의 아이피스 안에는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넓은 우주가 있었다. 그래, 이제 서야 생각이 난다. 만델브로트의 저 이론은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아도 다 볼 수 없었던 우주를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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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플래시 인터랙티브 디자이너 Paul Neave의 playground인 neave.com이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까닭 역시 그의 놀이터가 어딘가 모르게 우주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그가 비록 밤하늘을 좋아하는 로맨티스트나 우주를 동경하는 공상가가 아니라 할지라도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그는 무한의 공간을 가지고 있는 영국의 해안선만큼이나 욕심쟁이라는 사실. 그는 자신의 놀이터에서 무궁무진한 놀이를 하고 싶어했고 그 놀이에 한계를 지우는 어떠한 제약도 그의 놀이터 안에 들여놓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놀이터에 지구 안에 있는 모든 땅과 하늘을 담아 넣기까지 했다. 이만하면 그를 영국의 해안선에 버금가는 욕심쟁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그의 놀이를 함께 즐기기 위해 높은 해상도를 가진 모니터 따위는 필요 없다. 그저 호기심 하나면 당신도 그의 놀이터 안에서 충분히 즐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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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ave.com에는 Paul Neave의 여러 작품들이 한데 모여있는데 그 중 Fractal이라는 작품이 내겐 가장 흥미롭다. 초기의 화면은 언뜻 보기에 작은 세포가 분열을 하다가 도중에 그만둔 것 같은 모습이다. 마치 혹처럼 달려있는 작은 원 주위로 잡음처럼 자글자글한 선들이 눈에 거슬리기까지 한다. 첫 화면의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광경에 윈도우 창을 닫아버리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몇 번의 zoom을 시도해보면 누구나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이 영국의 해안선과 닮은꼴임을. 저것의 테두리를 감싼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넓이를 가졌지만 당신이 저 오밀조밀한 곡선이 찌그러지지 않을 때까지 보기 위해서는 아주 많이 인내해야 한다는 것을.(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그것을 보지 못할 거라는 사실 역시) 그 잡음 같은 미세한 선을 쫓다 보면 어느덧 다른 공간이 열린다. 그리고 나는 그 공간 곳곳을 둘러보기에 여념이 없어진다. 이것은 우주선을 타고 미지의 우주를 탐사한다기보다 여유롭게 관망하는 것에 더 가깝다. 심지어 모체를 닮은 패턴들의 향연이 무한한 공간에 대한 막연함 대신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낯익은 친밀함마저 안겨준다. 도대체 이 여유로움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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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재미난 과학자인 만델브로트 씨의 이야기로 넘어가면 그는 분수차원의 개념으로 자연현상의 불규칙적인 패턴을 연구하여 자기유사성 개념을 창안했다. 자기 유사성은 물체를 다른 크기의 규모로 들여다보면 동일한 기본요소가 반복적으로 나타나서 규모에 무관하게 스스로 닮은 성질을 말한다. 예컨대 코흐의 눈송이, 나무의 잔가지, 신체의 혈관 등이 좋은 본보기다. 그는 유한한 면적을 둘러싸고 있는 무한한 길이의 곡선을 단순한 선 이상의 것으로 보아야 하며 이것은 분명 1차원 이상이지만 2차원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는 영국의 해안선은 1.25차원이며 그 차원 안에서 그것 역시 상세한 모양을 되풀이 하고 있음이다. [
이인식의 과학컬럼 ‘자연의 기하학 프랙탈’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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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 낯익음에 대해 알 것 같다. Neave의 이 사이트 제목인 프랙탈(fractal)처럼 그것은 무한하게 분열하고 무한한 길이를 가졌지만 분열하면 할수록 자기 스스로를 닮아가는 방향으로 계속하여 뻗어나간다. 비록 그 첫인상이 무한과 불규칙성으로 점철돼 보이기는 하지만 조그만 더 관심을 가지고 찬찬히 관찰하면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일정한 규칙과 질서를 발견하고 안도하게 될 것이다. 
이는 우리 주위의 모든 것에도 적용된다. 자연의 모든 현상이-심지어 인간관계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불규칙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Fractal은 우리에게 이러한 것을 낯설어 하지 말고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이해해 보라는 친절한 권유를 던지는 것 같다. 

* 본 리뷰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www.neave.com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글. 이지현. d.o.E.S flash 디자이너. qkekto3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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