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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진화해나가는 모습 www.aaronkoblin.com_web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5. 12:00



비주얼 메타포
(시각적 은유법)의 사용은 인간이 생각하는 데에 강력한 도움을 주는 장치다. 고대 상형문자에서 현대의 문자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언제나 타인과 같은 의미를 공유하기 위한 매개체로서 암호와 문자, 그림 등의 메타포를 이용해왔다.

정보화 시대에 세계가 점점 더 복잡해짐에 따라, 그 안의 미묘한 차이들과 보다 폭넓은 범위의 정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의 사고를 효과적으로 도와줄 메타포 또한
업그레이드 버전이 필요하게 되었다. 추상적이고 복합적인 정보의 홍수 속에 도표, 데이터그래픽, 그리고 보다 정교한 정보시각화 작업들은 우리가 의지하는 하나의 언어가 되어가고 있다. 정보의 시각화가 우리가 사는 현실을 보다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게 돕고 새로운 통찰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Aaron Koblin은 이러한 Data Visualization을 주요 작업으로 활동 중인 아티스트이다. 그는 데이터 시스템 속에 현대인의 삶에 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의 한 명이다. 그의 웹사이트인
www.aaronkoblin.com에는 그의 주요 작품들에 대한 설명과 각 프로젝트 사이트로의 링크가 알기 쉽게 정리되어있다.
 

그의 초기 작업에 속하는 New York Talk Exchange 프로젝트는 MIT의 Senseable City Lab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인데 지난해 MOMA의 'Design and the Elastic Mind'에서 전시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제 인터넷이나 전화와 같은 통신 장치들은 사람들이 시간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소통하도록 돕는 기본적인 장치이다. 이 프로젝트는 뉴욕이라는 도시를 기준으로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어떻게 다른 도시 - 사는 공간과 시간대가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이메일 교류, 전화 통화, IP 흐름 등의 데이터를 통하여 전세계에 걸쳐 시각화한 프로젝트이다.

Aaron Koblin은 특히 Data Visualizationcrowdsourcing(크라우드소싱)’방식을 이용하여 작업하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TheSheepMarket.com이나 Ten Thousand Cents, 최근작으로는 Bicycle Built for Two Thousand와 같은 작품이 해당된다.

 

Crowdsourcing은 Jeff Howe가 2006년 Wired 잡지에 처음 사용한 말인데, 생산과 서비스의 과정에 소비자 혹은 대중이 참여하도록 개방하여 생산 효율을 높이고 수익을 참여자와 공유하고자 하는 방법이다. 이전에는 해당 업계의 전문가들이나 내부자들에게만 접근 가능했던 지식을 공유하고, 제품 혹은 서비스의 개발과정에 비전문가나 외부전문가들의 참여를 개방하고 유도하여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내부의 전문가나 해당 분야 전문가들은 소유한 자원 및 결과를 공유하고 개방하여 해당 또는 다른 분야 전문가 혹은 일반 대중과 함께 연구 개발을 진행하게 된다. 이를 통해 한정적인 내부의 인적 자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많은 외부의 인적 자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또한 외부인은 이러한 참여를 통해 자신들에게 더 나은 제품,서비스를 이용하게 되거나 이익을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웹 2.0으로 가능해진 새로운 다양한 가능성 중 핵심적인 것 중 하나이다. (from wikipedia)

그가 crowdsourcing방식을 취하는 방법은 Amazon에서 제공하는 Mechanical Turk(미케니컬 터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미케니컬 터크는 컴퓨터보다 사람이 훨씬 더 잘하는 작업(HIT:Human Intelligence Task)을 소액의 사례를 지불하고 다른 사용자에게 의뢰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마존은 이 거래가 인터넷 상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TheSheepMarket.com이라는 작품에서 그는 한마리당 2센트를 지불하고 온라인 노동자들이 천마리의 양을 그리도록 하여 완성된 이미지들을 모아 '양을 파는 웹사이트'를 제작했다. 그리고 그 그림들이 그려지는 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방문자들이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Ten Thousand Cents도 비슷한 맥락의 작품이다. 100달러 짜리 지폐의 원본을 10000개의 조각으로 나눈 다음 사람들에게 각각의 조각들을 따라 그려달라고 요청한 후에 그것들이 그려지는 과정과 결과를 하나로 모아 새로운 작품으로 만든 것이다. 그는 이 프로젝트들을 통해 디지털 노동시장과 크라우드 소싱, 가상 경제 그리고 디지털 재현과 같은 우리 삶의 새로운 이슈들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했다고 한다.
Bicycle Built for Two Thousand는 2,088명의 온라인 노동자들로부터 Daisy Bell이라는 노래를 부른 목소리를 수집하여 만들어졌다. 하지만 목소리를 녹음한 각 개인에게는 작업에 대한 어떤 정보도 주어지지 않고, 그저 짧은 예제 사운드 클립을 듣고 즉석에서 그 소리를 흉내내어 녹음하게만 하였다. 그리고 그것들을 모아 수많은 목소리의 화음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노래로 완성한 작업이다.

Flight Pattern, New York Talk Exchange와 같이 사회의 인프라에 관한 데이터, 통계와 객관적 수치들을 분석하여 우리의 삶을 읽어내는 것 이외에도 그와는 다른 성격의 데이터들을 다루는 Data Visualization작업들이 있다. 전자는 보통 Data Visualizatoin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논리적인 내러티브의 Data Visualization이라고 볼 수 있겠다. 후자의 경우는 사람들의 감정, 생각, 취향 등의 주관적 데이터들을 모은 작품들이 그 예다. [어린왕자]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양을 그려달라고 하는 주문이나, 사람들의 고유한 목소리를 하나의 음이 되게끔 만드는 시적인 발상들을 통해 그들 자신의 Data가 그려지게 하는 Aaron Koblin의 작품들 또한 그러한 접근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과 공유를 원한다. 기술이 진보할수록 세계가 다양화될수록 더욱 그럴것이다. 이러한 관심들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예술과 과학을 통해 펼쳐지는 것 같다. 양 한마리를 그리고, 보고, 마음에 드는 양을 고르고 사는 행위를 통해서 그린 사람과 사는 사람의 소통을 생각하는 것, 자연스럽지 않은가?
그의 작업들이 흥미로운 또 다른 이유는 인터넷서비스와 노동이라는 형태를 통해 불특정한 대중이 작품 창작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구조와 그들이 참여한 과정 자체를 data화 시키는 작품의 특성에 있는 듯 하다. 기술이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낳고 진화해나가는 모습을 보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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