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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이라는 장소는 여전히 접근하기 쉽지 않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계층의식을 느끼게 하는 공간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작년 즈음 국내 모 신문기사에서는 미술관람객의 유형을 지식축적형, 나들이형, 블로그형, 실험지향형의 4가지로 분류해 분석한 적이 있었다. 이러한 유형을 분류하는 기사에서는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던, 미술이라는 분야에 대한 접근이 그리 쉽지 않다는 사실과 대중에게 미술관이 넘기 힘든 사회적, 정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읽어낼 수 있다. 예술사회학자 부르디외 역시 미술관이나 갤러리의 ‘화이트월’이 가지는 사회정치적 입장에 대한 관람객의 태도를 가지고 관람객의 사회계층 구분의 중요한 지표로 삼는다. 한국에서 예술과 대중과의 관계는 대개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사이로 비춰지며, 미술 특히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부르디외가 언급했듯이 교육수준과 밀접한 관계를 갖기에 더더욱 접근불가의 성역으로만 느껴지기 마련이다. 국내에서는 몇 해 전부터 이러한 통상적인 미술과 대중과의 관계를 재설정하기 위해 일명 ‘블록버스터급’ 전시들이 기획되었고, 일반대중에게도 상대적으로나마 친숙한 모더니즘 작가들의 대규모 전시를 통해 미술계는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고자 노력해왔다. 현대미술전시에 있어서도 국내 주요 국립미술관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전시들은 나름의 성과를 거두는 전시들이 생겨났고, 여기에는 미술관들이 대규모 전시들을 통해 미술관이라는 공간 자체에 대한 성역을 조금씩 무너뜨린 노력과, 개인미디어들을 통해 확장된 전시관람층의 다양화가 주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아트 분야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유사하게 나타난다. 2000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미디어시티서울이 시작한 이래 5회의 미디어아트 비엔날레를 거치는 동안 미디어아트계는 일반대중에게 미디어아트의 개념을 보급했다는 수확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지난 10년간 사회적으로 뉴미디어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 높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획되는 현재의 대규모 미디어아트 전시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전략을 세우고 기획되게 된다. 그 첫 번째는 대중성의 확보, 또 하나는 일정수준의 전시구성이다. 소규모 전시들에서는 불가능했던 이 두 가지 토끼를 대규모 전시는 한 울타리에 넣을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번 인천세계도시축전의 한 프로그램으로 전시되고 있는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 Incheon international digital art festival(이하 INDAF)>은 이 두 가지 기획 전략에 있어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문화적 혜택이 집중된 수도 서울이 아닌 인천이라는 지리적 요인은, 미술전시에 대해서는 친숙함보다는 낯설음이 더 큰 일반 축제 관람객이 더 많다는 점에서 미술전시 기획에 훨씬 더 대중성을 요구하게 된다. INDAF는 국내외의 주요 미디어아트 작가들의 작업들 가운데에서도 직관적인 이해를 갖고 접근할 수 있는 작품들을 선정함으로써 이러한 대중적 욕구를 충족시킨다. Inter_Face, Inter_Space, Inter_Time 이라는 미디어아트의 고전적인 주제를 중심으로 배치된 작품들에서 주요 미디어아트 작가들의 작품들은 누구라도 보면 관심을 가질만한 완성도를 보여줌으로써 일반관객의 눈길을 끈다.

목진요 소니컬럼(2008) / 인터랙티브 사운드 설치

줄리어스 폽, 비트. 플로우(2008) / 피지컬 컴퓨팅


목진요 작가의 ‘소니컬럼(2008)’이나 줄리어스 폽의 ‘비트, 플로우(2008)’, 피터 윌리엄 홀덴의 ‘오토진(2005)’ 등은 미디어아트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관객들조차도 그 앞을 서성거리며 작품에 집중하도록 시선을 모은다. 서효정 작가의 ‘테이블위의 백설공주(2008)’나 왕지원 작가의 ‘부처_지(2009)’ 등도 인터랙티브 아트나 키네틱 아트에 대해 (용어에 대한 이해도와는 무관하게)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비교적 쉽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작업들이었다. 그렇다고 INDAF 전시 기획 자체가 대중친화적으로만 흐른다고 할 수는 없다. 위에서 언급한 ‘소니컬럼’이나 ‘오토진’ 같은 작업들은 뉴미디어가 지니는 상호작용적 속성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작업이며, 줄리어스 폽의 ‘비트. 플로우’ 같은 작업은 피지컬 컴퓨팅을 사용하여, 혼란스럽고 눈에 보이지 않는 체계, 즉 시스템에 대한 지각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적의미가 강하게 부여된 작품이다. 또한 마이클 비엘리키와 카밀라 리히터가 디르크 라인볼트와 공동작업한 ‘떨어지는 신문기사(2007)’에서 보여주듯이 웹아트라는 미디어아트 형식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의 정보오염에 대해서 재고하도록 한다던지, 양아치 작가가 ‘하이퍼마켓(2004-2009)’를 통해 자본시스템 하에서의 라이프스타일의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시도들을 통해서는 ‘툴(도구)로서의 미디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공모전형식으로 작가들의 작품을 받아 공모작가로 선정해 신진작가들의 작품들을 선정하였는데, 이러한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유명작품들과 전시함으로써 전시 내용적인 측면에서 시너지효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마이클 비엘리키&카밀라 리히터(디르크 라인볼트와 공동작업), 떨어지는 신문기사(2007) / 웹아트


서효정, 테이블위의 백설공주(2008) / 인터랙티브 인스톨레이션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에서 늘 재고되는 전시작품의 깊이의 문제는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주최하는 여타의 전시들과의 목적성이 분명히 구분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말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서울이나 주요도시 내부에 위치해 미술전시 관람에 대한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는 관람객이 모이는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좀 더 집약적인 예술문화지식을 전달하는 매개체라면, 이번 INDAF 전시는 상대적으로 평면적이고 대중친화적인 예술문화지식 전달을 매개하는 대체제정도의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본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도시축제의 일환으로 기획된 전시이니만큼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1차적인 목적을 충족시키기에 INDAF는 분명 적절한 선택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완성도 면에서 충실한 작업들과 신진작가들의 작업에 대한 관심도는 이 전시의 내적 측면에서의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물론 디지털아트적 상상력을 상업컨텐츠에 접목해 엔터테인먼트 효과를 내는 컨텐츠들을 소개하려는 목적 하에 마련한 디지털엔터테인먼트 전시분야는 좀 더 풍부한 내용을 담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성이 미흡해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상업적 게임이나 키네틱 인스톨레이션을 통해서도 분명 더 많은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컨텐츠 자체의 문제나 공간의 문제 등 여러 여건들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 것이 아쉬운 점이다. 또한 시각적 효과를 중심으로 한 전시공간 구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미디어아트 작품들의 청각적 효과에는 주목하기가 어려웠다는 점도 덧붙여 아쉬운 점으로 남을 듯하다.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이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나 카셀 도큐멘타 등의 유수의 아트페스티벌과는 아직 거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주체를 ‘아트’로 규정하고 현대미술에 관심을 갖는 일반대중이나 국내외의 전문가 집단이 관심을 갖는 아트페스티벌과 달리 아직 INDAF는 디지털미디어아트를 일반에게 좀 더 근접하게 소개하는 데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미술에는 큰 관심이 없는 대중을 대상으로 한 페스티벌이기에 갖는 대중적인 전시의 성격에 대해 단편적으로 의문을 갖기보다는, 향후 좀 더 전략적으로 더 의미있고 좋은 작업들을 라인업하는 데에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미 디지털미디어에 익숙한 일반대중은 단순히 미술전시라는 이름만 듣고 그리 쉽게 호기심을 드러내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오히려 대중적인 관심을 끌어내는 것이 전문가의 호기심을 끌어내기가 훨씬 녹록치 않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왕지원, 부처_지(2009) / 움직이는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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