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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사회 그리고 인터랙티브_영국 미디어아트:혼합된 현실_alic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0. 11. 18:06


주한영국문화원 주체로 열린 이번 영국 미디어아트 세미나는 <혼합된 현실-공공 공간에서의 미디어를 활용한 예술>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이번 세미나에 초청된 작가들은 뉴미디어아트 기관인 FACT(Foundation for Art and Creative Technology)의 마이클 스텁스, 아티스트 그룹인 Blast Theory의 매트 아담스, 그리고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인 크리스 오시아 등으로 미디어시티서울과 인천미디어아트페스티벌에 초대된 영국 미디어아티스트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작업이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초점을 맞춰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리버풀에 위치한 뉴미디어아트 기관인 FACT의 대표인 마이클 스텁스는 FACT의 활동 소개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와 예술기관의 연계가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FACT는 최신의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뉴미디어에 초점을 맞춘 아티스트들의 전문적인 작품 활동보다는 지역민들이 참여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TV, 비디오, 영화 등 친숙한 기존 미디어를 활용한 예술적 활동을 하도록 하는 하나의 ‘장’으로써의 역할을 담당하는 예술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클 스텁스는 리버풀과 같은 도시에서 특히 FACT가 하는 이러한 지역예술센터로서의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이는 FACT의 프로그램들은 단순히 예술 지향적 활동이기보다는 항구도시라는 특수성을 지닌 리버풀이라는 도시에서 일종의 사회 통합적 기능을 하기 때문이라고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Blast Theory의 매트 아담스는 이번 ‘미디어시티2010’ 참여작인 <율리케와 아이몬의 순응 Ulrike and Eamon Compliant> 작품 설명을 중심으로 발표를 진행하였다. 이 작업은 미디어아트를 통해 현대사회를 확인하고자 하는 ‘미디어시티2010’의 일견을 보여주는 작업으로. 사회역사적, 정치적 맥락 하에서 읽어낼 때 좀 더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하게 되는 작품이다. <율리케와 아이몬의 순응>의 관객들은 여행자가 되어 미디어 속의 율리케나 아이몬의 지시에 따라 배회하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게끔 유도된다. 이 작업에서 미디어의 역할은 보드게임의 게임보드 속 지도와도 같다. 그가 소개한 Blast Theory의 전작에서도 이와 유사한 구조들이 있었다. 다수의 전작들에서 그들은 게임메이커가 되어 관객이 게임을 하게 한다. 그들의 과거 작품들에서는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미디어 세계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공간이나 개인 간의 소통에 초점을 맞췄다면, <율리케와 아이몬의 순응>에서 그들은 관객들이 그들이 던지는 질문을 대하면서 관객 스스로가 각자의 답을 찾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 발표자인 크리스 오시아는 광장에서의 인터랙션 영상설치인 <Hand from Above>와 같이 유머러스한 작업을 하는 젊은 작가이다. 그의 작업에서 공공 공간은 개개인의 사적사용에 의해 관계가 만들어지는 장소이다. <Hand from Above>에서 볼 수 있듯이 공공 공간을 어떠한 경로를 통해 어떻게 사용하고, 어떻게 점유하고 이해할 것인지는 모두 철저히 공적 공간을 둘러싼 사람들에 의해 결정된다. 그는 자신의 작업이 작가가 대중에게 건네는 일종의 악수라고 이야기한다. 공적 공간을 사유(私有)하고 관계를 만들어내는 실질적 주체인 대중을 향한 존중을 담은 접근인 것이다.

같은 영국 미디어 아티스트라고 하더라도 주로 뉴미디어를 통한 시각적 경험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UVA나 Troika와 달리 Blast Theory나 크리스 오시아는 현대사회의 미디어 공간과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관계에 대해 더 집중하는 작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새로운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담론에 좀 더 집중한 그들의 작품들은 미디어아트가 담을 수 있는 사회적 의미에 대해 다시 확인하게 한다. 이 세미나 내내 발표자들이 언급했던 인터랙션은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의해 촉발되는 기계적 소통, 그 자체를 의미하기보다 넓은 의미에서의 인터랙션, 즉 개인적, 더 확장해 사회적 소통의 차원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기계적 소통과 사회적 소통이 혼재하는 현실 속에서 지금이야말로 잠시 간과되었던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인터랙션, 소통에 대해 다시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아닐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