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Artist

소외된 인간과 도시의 관계성_강영민_inter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2. 20. 21:24



작가 강영민은 서울대학교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텍사스대학교 대학원에서 Studio art전공을 공부하였다. 픽셀화된 도시이미지를 이용하여 도시환경의 환상에 대한 작업을 계속해 나가면서, 상호보완적 예술가공동체 워크메이트(Walkmate)를 통해 사회환경에 대한 인식을 틀을 전환하여 소외된 인간과 도시의 관계성을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aliceon
 뵙게되어 반갑습니다, 독자분들께 간단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제 이름은 강영민이구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대학교 대학원에서  Studio Art전공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텍사스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5,6년 정도 활동을 더 하다가 2009년에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영은, 고양 스튜디오를 거쳐 지금은 장흥 스튜디오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속해 있습니다. 그리고 2년 전부터 추계예대 서양화전공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요.


aliceon 
미국유학중 Studio Art를 전공하셨는데 이 전공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Studio art전공은 회화, 조각에서부터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와 영역을 공부하는 과정입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것을 배우고 열린 시야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aliceon
 최근 주안 미디어페스티벌에 참여하셨지요. 이곳에서 소개된 작가님의 <토네이도>작품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릴게요.

그동안 픽셀에 대한 작업을 계속해왔고, <토네이도(Tornado)>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는 작업이기 때문에 픽셀에 대한 작업 전반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회화Painting을 시작했을 때부터 저는 우리 주변에서 발견되는 이미지들이 얼마나 가볍고 믿을 수 없는 것인지를 보여주려는 시도들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페인팅이라는 매체, 방법이 가지고 있는 한계지점에 부딪쳤죠. 즉 비밀스럽고, 개인적이고, 관객이 다가오기를 기다린다는 점들을 넘어서기 위해서 ‘사진을 해체하여 입체로 만들고, 관객들이 있는 공간으로 튀어나가려는 작업들’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도시 이미지가 주로 등장하는데 이러한 도시라는 이미지를 사용하게 된 이유는 도시가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도시는 점점 복잡해져서 결국 알 수 없어져 갑니다. 우리가 도시에 익숙해져 갈 수록 그 도시를 알 지 못하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 생활은 하나의 환상(Illusion) 속에서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픽셀 작업들은 도시이미지를 픽셀화 시키고 재구성함으로써 환상을 재현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토네이도>에서는 새롭게 건설된 빌딩 사진을 모아서 알아채기 힘들게 뭉치고, 끝부분에 미개발지역을 배치해서 환상을 만들고 있는 도시의 상태를 재현하려고 시도하였습니다.

 


강영민_토네이도_디지털 프린트 설치_2011


aliceon <토네이도> 작업에서처럼 재난이나 재해의 모티브나 이미지가 자주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도시와 그 도시가 만들어내는 환상에 관한 이야기에 재난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앞서 말씀드렸 듯이 도시공간은 점점 복잡해지고 잘 알 수 없게 되는 가운데에 환상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런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 건물이 무너지거나, 다리가 무너졌을 때,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입니다.  이러한 재난은 우리에게 ‘인간이 이렇게 부서질 수 있는 존재구나’하고 깨달음을 얻고 있는 순간입니다. 즉 환상은 무너지고 현실이 사람들 앞에 등장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예술가는 재난같은 틈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상으로 삼고있는 성공적인 작품은 견고해져가는 사회구조에 흠집을 내서 그 뒤에 감춰진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상처가 나고 피가 날 때 비로소 우리가 피와 살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깨닫는 것과 같습니다.

강영민_중력제로-서울_복합재료_2009


aliceon
 말씀을 듣다보니 관객참여, 사회참여를 중요시한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워크메이트
(walkmate)의 작업들이 생각이 나는데요, 워크메이트의 작품에서 사회참여는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기본적으로 화이트큐브(white cube)를 기반으로 한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화이트큐브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화이트큐브 안에서 풀고 있지만(그리고 계속 되겠지만), 화이트큐브 밖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도 하고 싶습니다. 워크메이트는 화이트큐브에서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기 위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워크메이트의 작업을 진행하면서 공동작업의 특성과 미술의 공공성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공동작업을 하게 되면 개인작업과는 다르게 힘든 점도 많지만 또 공동작업이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작품이 소통의 방식이라고 한다면, 작가들(혹은 그룹) 안에서 소통이 되지 않는 작품이 과연 관객들에게 소통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공동작업을 진행할 때 겪는 소통의 문제들은 오히려 작업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한 그룹안에서 유기적으로 공조하면서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면 매우 이상적이고, 또한 사회규모까지 이러한 공조가 연장되기를 희망합니다.  사회문제들이 공동체의식 결여에서 야기되고 있기 때문에, 워크메이트와 같은 소규모 공동체들이 많이 생기고, 공동체들끼리 또다른 공동체를 만들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워크메이트에서는 이러한 고민들을 하고있고, 또 고민을 시작하는 단계라고 생각하고요.


 
aliceon 10월에 앨리스온과 더미디움을 통해 소개된 <시티클리닝(city cleaning)>전시를  소개해주세요. 워크메이트로서 활동하신 결과물인데요.

이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면서, 도시가 우리와 거리가 멀어지고 실체를 알 수 없게되는 문제점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도시와 가까워지고 잘 알기 위해서 가장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르는 대상을 알게 되는 첫번째 방법은 신체적 접촉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소중한 물건을 닦고 보듬는 것처럼 도시를 닦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청소의 개념은 크게 두가지 인데, 첫번째는 재개발처럼 도시를 대형화시키고 미래화시키는 청소가 있고, 두번째로는 사물과의 교감하기 위한 청소입니다. 전자는 부정적이고 후자는 긍정적인 의미의 청소인데, 워크메이트의 시티클리닝은 첫번째 부정적인 청소에 대한 반대와 저항을 의미하는 것 입니다.
또한 워크메이트는 청소에서 비롯될 수 있는 여러가지 상상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워크메이트의 이전 작업인 <우체통 프로젝트> 우체통을 가지고 작업하는 와중에 발견된 다양한 내러티브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단순히 청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청소하는 과정에 떠오르는 다양한 상상력의 산물들을 보여주는 것이 <도시클리닝 프로젝트>의 목적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전시장에 완성된 작업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여줬습니다. 다른 전시처럼 완결된 작품을 고정하여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전시장에서 회의도 하고 실제로 작업도 하면서 그런 과정이 잘 드러나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물론 완성된 작업이 아니라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불안하기도하고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저의 나이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엔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대로 안주하기에도 아쉬움이 남는 그런 애매한 나이대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미술계의 스타일을 중시하는 풍조에 대한 아쉬움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작업을 시도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워크메이트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워크메이트_우체통 프로젝트-독립문편_현장 퍼포먼스_2011
 

 
 워크메이트_뫼비우스의 블랙홀_드로잉_2011_부분



aliceon
 지금 고양 어울림누리에서 열리고 있는 <2011 고양 신진작가 발굴전>(2011. 11. 4~12.11, 고양어울림누리)에 전시되고 있는 <차이나커넥션>은 중국에서 작업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작품인지 소개해주세요.

얼마 전에 이주민에 대한 단상을 찾기 위해 중국을 다녀왔습니다. 작업의 아이디어는 조선족들이 한국에서 일을 하고 중국에 돌아가는 과정을 추적하면 현대판 인력 실크로드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중국에 가보니 상황이 생각과는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인력의 교류라고 한다면 한 지역의 경제적 문화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인데, 중국에 가보니 한국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실크로드처럼 서로에게 새로운 것이 교류되는 정황은 포착하지 못했습니다. 애초에 계획했던 것과는 작업이 다르게 진행되어야 할 것 같고, 이러한 고민들을 다음 작업에서 풀어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워크메이트_차이나커넥션_가변설치_2011



aliceon
 강영민작가님께 미디어아트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미디어를 파기하려고 하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미디어를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구성하는 요소로 보고 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려고 노력합니다. 미디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환경으로 등장하는 미디어의 파기 혹은 다시보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용하는 미디어 테크놀로지도 하나의 환상입니다. 미디어 테크놀로지는 그 환상을 강화해서, 다른 조건이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환상을 더하는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컴퓨터를 예로 들면 인터페이스는 컴퓨터 그 자체를 잘 모르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컴퓨터를 알면 알 수록 컴퓨터와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환상을 만들어주는 미디어의 기능이 나쁘긴 한 것은 아닙니다. UCC와 같은 것들은 새로운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가능성의 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테크놀로지에 대해 점점 더 멀어져가면서, 환상만을 소비하는 현재 우리의 환경이 자본에 이용당하기 쉬운 상태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제가 얼마나 그런 목적을 달성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웃음) 미디어라는 환경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그러면서 미술을 확장시키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보는 것이 저에게 있어서의 미디어아트라고 생각합니다.


aliceon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의 도시환경을 구성하는 요소 중에 미디어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맥락에서 작가님의 작업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네, 그리고 주안미디어페스티벌에서 발표를 맡았었는데, 그 때 메타폴리스(meta polis)라는 개념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금 우리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메타폴리스는 자본 중심적인 1차적인 메타폴리스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이상적인 2차적인 메타폴리스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다원주의, 지역성의 부활 등이 이루어진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1차적인 메타폴리스가 2차적인 메타폴리스로 발전하는 것은 단순하게 미디어로만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것들이 있겠지만, 에너지가 메타폴리스와 큰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기를 발전할 때 원자력발전소가 화력발전소를 이용하면 중앙에서 가격과 생산량을 조절하게 됩니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면 지역분권적인 구조가 가능하고 그런 에너지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메타폴리스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다원주의와 지역성을 되살리는 환경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미디어작업은 에너지와 큰 관련이 있기 때문에 미디어아티스트들이 좀 더 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석유가 전쟁을 일으키고 분쟁을 일으키는 표상적인 차원의 문제인식이 아니라 좀 더 깊은 차원에서 에너지가 우리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사회구조를 변혁시킬지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영민_Reconstruction-Seoul_디지털프린트_2009
 
 
aliceon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올해 개인전 한 번과 그룹전을 열 번 넘게 했더니 새로운 작업을 할 여유가 많지 않았습니다. 내년에는 전시를 조금 줄이고 새로운 작업을 많이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내년에는 사회적인 고민에 대해 거칠게 표현하는 작업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자리를 잡으면서 상업적으로 성공해야하는 부담이 없어졌기 때문에 더 직설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됐고, 또 그게 학교에 자리를 잡은 사람으로서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aliceon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인터뷰진행 : 조채린에디터, 유동휘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