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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가는 길展 』 Group Exhibition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7. 18. 18:13

경기도 남양주의 모란미술관에서 미술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대학 교수로 계신 이현진 선생님의 미디어 아트 작품도 전시되오니, 관심있으신 분은 관람을 하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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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가는 길展 』

Group Exhibition :: Various






 
▲ 민지영, Installation View






전시작가  민지영, 박은선, 이현진, 임택, 최수정
전시일정  2012. 07. 06 ~ 2012. 08. 26
초대일시  2012. 07. 06 PM 5:00
관람시간  Open 09:30 ~ Close 18:30(월요일 휴관)
∽ ∥ ∽

모란미술관(MORAN MUSEUM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월산리 246-1
T. 031-594-8001
www.moranmuseum.org







● 예술로 떠나는 사유여행

임성훈(모란미술관 학예실장, 미학 Ph.D.)

떠나는 것은 아름답다. 즐거운 마음이든 쓸쓸한 마음이든 떠남 그 자체는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기에 오래 전부터 우리는 떠남에 대해 노래를 불러오지 않았던가. 어디론가 떠나는 것은 흔적을 남긴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떠나는 길에는 수많은 삶의 파편들이 흩어져 있다. 떠나지 않았다면 결코 보지 못했던 그런 산재된 흔적들이다. 수억 년을 한 자리에 있었던 바위도 그 언젠가는 떠난다, 흙으로 먼지로. 존재하는 모든 것은 떠나기 마련이다. 왜 떠나야 하는 지, 그 이유를 잘 알지는 못한다. 그것은 존재의 본질이자 비밀이리라. 알 수 있는 건, 떠난다는 것이 우리의 욕망이자 동시에 운명이라는 것뿐이다.


 
▲ 박은선, Installation View


 
▲ 이현진, Installation View


어떤 목적을 갖고 떠나기도 하고 그저 목적 없이 떠나기도 한다. 그 어떤 경우든 떠남에는 의미들이 부여된다. 그 의미들은 문화의 씨앗이다. 그리고 그 씨앗은 문화의 나무, 문화의 숲을 이루는 원천이 된다. 떠남이 있었기에 문화도 가능하였다. 인간의 문화는 여행의 문화이다. 실상 떠나는 것은 지금 여기의 현실에서도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월세나 전세금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 어쩔 수 없이 정든 공간을 떠나야 하는 우리들이 아닌가? 이렇듯 떠남은 문화의 섬세한 결들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실상 우리는 떠남을 매일 경험하면서도 그것이 갖는 함의를 생각하지 못할 때가 많다. 너무도 빈번하게 생기는 일이어서 자각하지 못하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의 삶 자체가 여행이어서 떠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디론가 떠났고, 떠나고 있고, 그리고 떠나게 될 것이다. 휴양지든 볼거리가 있는 곳이든, 혹은 어떤 낯선 곳이든 간에 떠나는 것은 현실을 살아가는 이곳을 새롭게 생각하게 만든다.

인간은 물음을 던지는 존재이다. 그러기에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닐까? 이곳에서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을 때,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예술과 여행은 바로 이러한 인간의 마음에서 만난다. 지식과 도덕만으로는 인간과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러기에 물음의 보고인 예술로의 여행을 감행한다.

어디론가 떠나는 여행에는 낯설음과 익숙함이 교차한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을 떠나 ‘저곳’으로 여행하는 나에게 ‘저곳’은 낯선 곳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곳’이 아닌 ‘저곳’은 나에게 낯선 곳이지만 이미 ‘저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겐 너무도 익숙한 곳이 아닌가? 여행을 온 외국인이라면 서울의 거리 풍경을 호기심에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겠지만, 우리에겐 그저 일상적이며 익숙한 그저 그런 풍경들이다. 이렇듯 여행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기도 하는 묘한 행위이다. 예술처럼 여행에는 현실과 상상력이 교차한다.

여행은 기억의 예술이기도 하다. 여행의 길에서 저장된 그 모든 표상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내면화된 심상이 된다. 여행이 즐거운 것은 여행을 통해 현실이 다시 반추되기 때문이다. 여행은 망상이나 공상이 아니라 현실적 상상력을 동반한다. 예술이 그러하듯, 여행은 현실과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한 놀이이다.

흔히 망각하기 쉽지만, 예술작품은 단순히 물리적 기법만이 아니라 정신적 기법의 산물이다. 특히 현대예술에서 정신적 기법은 더욱 중요시된다. 올해 독일 카셀의 도큐멘터(DOCUMENTA) 전시기간 동안 “생각이란 무엇인가?(Was ist Denken?)”을 주제로 세미나가 개최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술로의 여행은 일종의 사유여행이다. 예술가는 밤을 고스란히 새우면서 예술로의 사유여행을 떠난다.


 
▲ 임택, Installation View


 
▲ 최수정 Installation View


이번 모란미술관의 기획전 <여행가는 길>은 예술로 떠나는 사유여행으로 여러분들을 초대하는 전시이다. <여행가는 길>展은 주제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 여행을 하듯이 자유로운 마음으로 구성된 전시이다. 그러기에 관객들은 패키지 여행을 하는 관광객처럼 일방적으로 이끌려가는 장소에 서 있지 않아도 될 것이다. <여행가는 길>展은 자유로운 예술여행이다. 뜨거운 여름, 다섯 작가(민지영, 박은선, 이현진, 임택, 최수정)들이 펼쳐내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예술의 길로 바람을 쐬듯이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