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Artist

양민하, 디자인의 한계를 넘어서_inter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4. 2. 13:22




양민하 작가는 서울대학교 학부에서 산업 디자인을, 대학원에서는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웹 작업 및 인터렉티브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리고 다양한 디지털 디자인 및 웹 디비젼 관련 어워드를 수상하며 미디어 아트계에서 화려한 이력을 쌓아 왔다. 이는 실용성이라는 측면과 시장, 클라이언트의 요구 및 충족이 전제되어야만 하는 디자인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는 현재 다양한 미디어 아트 및 디자인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A1: 학부에서는 산업디자인을, 대학원에서는 시각디자인을 수학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디자인을 기반으로 작업활동을 시작하셨던 것 같은데,  소위 미디어 아트라고 불리는 작업들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있는지요?


대학 2학년 시절 학부 수업을 진행해주신 분 중에 김수정 교수님이 계셨습니다. 그분이 수업시간에 디자인과 예술이 미디어라는 매체로 접목되어 있는 작품들을 몇 가지 보여주셨습니다. 그 당시는 3차원그래픽이나 웹디자인이 부흥을 예고하던 시기라 저도 그 흐름을 따르는 시기였었습니다. 그런데 수업 때 본 작업들은 지금까지의 작업들과는 성격이 너무 달랐습니다. 성격이 다를 뿐만 아니라 숫자가 만드는 이미지라는 독특한 매력도 있었죠. 얼마 지나지 않아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이런 부류의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작업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에 대한 생각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작업은 기술과 예술의 중간에 서있기 때문에 한쪽으로 기울어지기가 쉬운데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제 작업은 요즘 들어서야 예술의 방향으로 더 다가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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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 아무래도 저희는 미술의 입장에서 접근하기에 선생님을 작가님이라 칭하게 됩니다. 자신을 소개하실 때 특별히 지칭하는 것이 있으신지요. 미디어 아티스트, 인터렉티브 디자이너 같은 것들이요.


지금 현재 저는 디자이너도 아티스트도 아닌 것 같습니다. 하는 일을 소개한다면 인터랙티브 영상물 제작자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동안 디자이너라는 말을 즐겨 했고요, 지금도 역시나 영상디자인과의 교수를 맡고 있기 때문에 쉽게 디자이너라고 소개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아티스트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직은 제 생각과 이야기조차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A3: 이미 첫번째 질문에서부터 저는 디자인과 아트를 이미 어느 정도 분류하여 말하였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그 경계를 가늠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디자인과 아트의 경계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 둘은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있을까요?


예술과 디자인을 상업적인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이 두 분야의 일반적인 분류법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디자인성향을 보면 그런 기준이 적용될 수 있는지 의심이 갑니다. 대량생산에서 소량 다 품목 생산이 산업의 주류를 이루고, 개성있는 제품을 소비하는 분야라면 더더욱 분류의 기준선이 모호해진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디자인과 예술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작업을 하는 즐거움이나 제 생각을 대중에 보여줄 수 있는 창구로 작업을 할 뿐입니다.



A4: 양민하 작가님의 작업에는 나비와 새, 물고기 등 자연친화적인 생명체들이 종종 등장하고는 합니다. 색의 사용이나 이미지들에서 동양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하구요. 작업의 모티브가 되었거나 영감을 얻으신 것이 있다면요? 또한 웹과 컴퓨터라는 인위적인 테크놀로지를 사용하여, 그와는 어쩌면 반대의 맥락을 지닌 컨텐츠 (예를 들면 동양사상, 자연)를 드러내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제 초기 작업에서는 소쇄원과 같은 한국식 전통정원에서 소재가 많이 나왔습니다. 또 먹과 물, 종이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의도와는 다르게 동양적이고 온화한 이미지가 많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작업은 동양적인 소재에서 멀어지기 때문에 약간 다른 느낌의 것이 되리라 사료됩니다.
사실 기술로 이루는 최상의 결과물은 자연과 닮아있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업에 자연을 표출하는 이유는 기술의 정점을 상징하기 위해서 입니다. 제 작업은 기술을 신봉하는 사람들에 의해 자연은 인공이 되고, 인공은 자연이 되는 과정을 그린 것이고요. 동시에 그것을 자연으로 인정할 것인지 의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인공의 것을 신봉하는 인간을 조소하는 작업들이 많습니다.






A5. 작가님의 작품 대부분에서 드러나는 것이 인터렉티브interactive적인 요소입니다. 이렇듯 항상 관객과 소통하며 관객들에게 '경험'을 제공하시는데 그를 통해 전달하고 싶으신 점이나 주목하고 계신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너무 단순해서 걱정이 됩니다. 인터랙티브한 요소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재미있어서 입니다. 작업하는 저도 재미있고, 보는 사람도 재미있고, 가끔 우스꽝스러운 행동들을 볼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유쾌한 바보가 되는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점에 매료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A6. 국, 내외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 혹은 자신의 작업이나 경험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억에 남는 장소나 활동은 거의 없습니다. 전 원래 기억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기도 하고, 반쯤은 의도적으로 기억하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전 개인적으로 제 작업조차 모아놓지 않습니다. 잃어버릴 때도 있고, 지워버릴 때도 있고 수많은 이유로 제 작업을 모으지 못합니다. 큐레이팅하시는 분들이나 자료 수집을 하는 곳에서 제 습관을 직접 경험하는 경우 아주 많이 당황들을 하시죠. ^^
최근에 기억에 남는 곳은 마드리드입니다. 역시 가장 최근의 일이라서 머리 속에 아직 저장이 되어있기도 하고, 몇 년간의 활동장소 중에 가장 큰 충격과 깨달음을 얻게 된 장소입니다. 어떤 연유로 그런 충격을 받게 되었는지는 부끄러운 관계로 언급을 회피하고 싶네요.




A7. 혹시 이런 작업 이외의, 자신이 걸어오고 표현해 오신 긴 흐름이나 궤적에 대한 개인전 계획이나 생각은 있으신가요? 좋았기에 해오신 길이고, 그만큼 커다란 반향과 결과물을 쌓아오셨습니다… 욕심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올해 2월까지만 해도 개인전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었습니다. 솔직히 아직 때가 안되었다고 믿고 있었고, 작업에 대한 자신감이 전혀 없었습니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밖으로 보여진 제 작업에 대한 불안감이 더 심했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스페인에서 몇 분의 작가들을 만나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제 작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굉장히 놀라운 경험이었고, 그것을 계기로 작업을 직접적으로 보여줄 시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년쯤 개인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작업도 물론이고 앞으로 제 작업 방향도 다듬어 나갈 기회가 생길 것으로 사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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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8. 현재 교직에서 미래의 예술가들을 위한 강의를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생동감있는 현장에서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어떤 생각들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혹은 지금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지금은 명지대학교 디자인학부 영상디자인 전공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기술적인 것과 조형적인 것의 경계를 읽을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강의를 진행합니다. 아직은 부족함이 많아서 제 이야기가 옳은 것인지 의문이 가기도 합니다. 이 분야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중에 어떤 방향을 중심으로 학습해 나갈 지 먼저 결정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 대답이 쉽지 않은 것이라면 일단 무엇이든 경험해보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 교육은 이 두 가지를 만족시켜주기 어렵기 때문에 더더욱 스스로 사고하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A9.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주세요.


좀더 행복한 일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 지금 불행하다는 말은 아니지만 전 역시나 지금까지 제가 행복한 일을 쫓아왔으니까요. 앞으로도 그런 생각을 버리지 않고 계속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소극적으로 활동해 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대외적으로 작업을 보여주기 시작하려고 합니다.



A10.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양민하 작가님의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가 됩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허대찬(앨리스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