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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조금 소개를 하겠다. 필자는 SICAF(서울 국제 만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디지털 만화전」을 기획하고 있다.  이 전시는 올해 SICAF가 진행중인 국제 디지털 만화 공모전과 어우러지도록 기획된 전시로, 세계의 다양한 디지털 만화와 함께 국내 예술가들과 만화가의 협업 작품이 중요한 두가지 테마를 이루게 된다.

만화에 대한 이야기가 미디어 아티스트나 미디어 공학자들에게 흥미를 끌 부분이 있다면,  만화 그 자체가 매우 세련된 이야기 전달 형식이라는 점, 한국 출판 만화 시장에 위기를 가져온 미디어 및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요즘 대두되고 있는 전략적 스토리텔링 이론과 접목될 가능성, 애니메이션이나 게임등 신매체와 왕성한 컨텐츠 교환이 이루어진다는 점 등일 것이다.

우선 만화의 형식에 대해 생각해 보자. 만화의 형식에 대한 논의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사람 스캇 멕클루드(Scott McCloud)의 소망어린 진단이 그러하듯 만화라는 형식은 매우 독특하고 정교하게 발전한 장치들, 예를 들어 칸 나눔을 통해 칸과 칸 사이에서 일어나는 시공간적 생략과 축약, 말풍선과 효과음, 움직임 선 등을 활용하는 아주 효율적인 스토리텔링 매체이다. (그러한 점은, 최근의 교육만화 약진에서도 증명된다.)





<스콧 멕클루드의 삼각형 도해> 위에 순수 시각예술의 꼭지점, 아래 왼쪽에 사실성, 오른쪽에 언어가 존재하는 도식으로, 스콧 멕클루드는 만화가 이 삼각형안의 어떤 지점에 존재하는 스토리텔링 매체임을 지적한다. 다음 웹사이트에서 그의 다양한 만화와 인터넷 만화 관련 실험들을 볼 수 있다. www.scottmccloud.com


한편, 책의 비중이 낮아진 미디어의 다변화 상황은 그다지 만화가들에게 환영받는 변화는 아니다. 만화를 출판해 생활을 해 온 만화가들의 생업이 흔들리면서, 온라인 작가도 출판 만화가도 모두 불안해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주목할 상황은 국내 작가가 겪는 어려움과 만화 자체의 상황은 별개라는 점이다. 코스프레나 동인지, 프라모델 등의 사용자 주도적, 마니아 중심적인 만화 관련 활동이 여전히 확대 분화되는 것이 만화의 독특한 산업적 특성이다.





SETEC(서울 무역 전시장)과 부산 BEXCO를 오가며 진행되는 “코믹월드”는 격주마다 열리는 대형 만화 동인 행사이다. 매 행사마다 약 이틀간 3만 명이 다녀가는 이 행사에서는 개인들이 만든 동인지, 만화 소품등이 교환되고 수많은 코스프레 동인을 모은다. 만화 컨텐츠가 유발하는 사용자 주도형 문화가 여기서 드러난다. www.comicw.co.kr

결국, 크게 보아 만화 산업은 책 비중의 축소와 주변 산업의 확대, 그리고 영화, 게임 등 타 산업과의 컨텐츠 교환으로 확대 재편되어가면서, 점차 그 형식과 성격도 바뀔 것이라고 진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의 만화들이 보여주고 개척해 나갈, 새로운 매체들에 올라탄 만화들의 형식적 변화에 주목하게 된다. 새로운 기술과 기계를 이용해 만화가들은 어떤 궁리를 하고 있을까?

예를 들어 iPod를 위해 만들어진 오리지널 만화들을 살펴보자. 다른 어떤 포터블 미디어 플레이어 보다도 많은 편수가 제작되고 있는 iPod 만화들은, 대체로 작은 화면에 걸맞게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나 짧은 소품들이 주종을 이룬다. iPod가 워낙 간편한 사용성을 특징으로 해서인지, iPod의 만화도 쉽게 만들고 쉽게 읽히는 만화들이 된다.






  
컬린 화이트(Colin White), <Comics on Very Small Screens>
iPod 만화는 www.clickwheel.net에 주로 모여 있다. 위의 작가 컬린 화이트(Colin White)의 웹페이지는 www.colinwhitecomix.com을 참조할 것.

좀 더 열성을 보이는 만화가들은 소니 PSP를 주위로 발견된다. 패코와 채드 앨런Paco and Chad Allen이 만든 <NYC2123: Dayender>는 흑백의 강한 톤이나 복잡한 스토리 구조가 그래픽노블을 떠올리게 한다. iPod보다 좀더 기크성이 강한 PSP 유저의 성향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Paco and Chad Allen www.nyc2123.com 포터블 미디어장치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활용하는 만화이다. 넓은 컬러 스크린을 활용하여 스폿 컬러를 사용하고, 책보다 과감하게 세로 구도도 원하는 만큼 사용한다.

포터블 미디어가 공통적으로 강제하는 한가지 요소는 작은 화면이다. 따라서 포터블 미디어 만화는 한 화면을 만화의 한 칸(panel)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책 만화에 비해 화면이 작아서이기도 하겠지만, 이 형식은 포터블 미디어 만화에 있어 또하나의 매우 중요한 스타일 변화를 내포한다. 책 만화에서 칸의 크기나 배치를 이용해 조절하던 이야기의 진행 속도나 그에 따른 긴장감의 강약이, 버튼이나 클릭휠의 조작이라는 사용자의 동작에 따른 요소로 변한 것이 바로 그 지점이다. 다시 말해, 책 만화는 책 안의 시각 요소로 구축된 스토리텔링이었다면, 포터블 미디어 만화는 사용자의 손가락 동작이라는 미디어 밖의 사용자 요소로 구축되는 스토리텔링이 된다.

이는 맥클루드식의 매체 내재적 형식에 대한 접근을 초월한 새로운 만화 감상의 미학일 것이다. 우리는 과감하게 이를 “포스트 맥클루드 만화시대의 도래”라고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다. 앞서 살펴봤던 책만화 산업의 비관적인 상황을 수동적인 방식의 미디어 수용에 대한 전환의 한 단면이라고, 또 이는 웹2.0이 표방하는 “소셜social”한 측면의 미디어 및 시장 발달 방향과 관련이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손가락으로 보는 만화”의 스타일은 말하자면 코스프레 동인과 같은 능동적 사용자/독자의 대두와 깊이 연관이 되어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나아가, 만화의 장래를 좀 더 넓은 견지에서 예측해보자. 포터블 기기가 복잡한 도시 공간에서 개인이 자신의 영역을 점유하고 구축하는 한가지 방식이라고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공공장소나 대중교통에서 닌텐도를 플레이하는 사람의 시공간이 개인에게 심적으로 점유되었다는 점에서일 것이다. 그런데, 이 심리적인 점유를 일종의 “사적 이야기 구성” 행위라고 부를 수는 없을까? 생경하고 거대한 콘크리트 도시를 자신이 심리적으로 점유할 수 있는 체계란 다시 말해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심음이기 때문에 말이다. 거기 동원된 장치가 만화와 같은 스토리 장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게 볼 때 앞으로의 매체 환경에서 만화는 더욱더 소소한 개인의 몸동작과 도시공간내의 이동을 사용하게 되어가지 않을까. 또, 포스트 멕클루드 만화는 꼭 책 만화와 같은 하나의 형식 내에서가 아니라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또 하이퍼링크를 활용해 오픈되어있는 하이브리드 장르로 변하지 않을까. GPS나 RFID, 그리고 블루투스와 HSDPA같은 기술들은 그러한 미래를 위해 필수적인 기술적 인프라이다.

미주: 본문에서는 온라인 만화 전체를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온라인 만화에 관심이 있는 독자 여러분은 다음의 만화 작품을 찾아보기 바란다. 특히 한국의 수직 스크롤 만화와 대비되는 다양한 시도를 찾아볼 수 있는데, 한국의 만화가 인터액티비티를 스크롤 정도로 한정지운 한편, 아래의 작품들은 더 폭넓은 방식의 네비게이션과 스토리 진행 스타일을 시도하고 있는 예들이다.

http://www.sonatine.de/comic/Dr_Nordten.html 토마스 그론레(Thomas Gronle)와 홀거 마르세유(Holger Marseille)의 플래시 만화. 상하 좌우로 스크롤 되는 형식과 더불어, 각 섹션의 꼭지에서 버튼을 누르도록 하여 독자의 관심을 계속 끌어들이는 한편, 다음 국면에 대한 긴장감과 궁금증을 유발한다.

www.demian5.com 데미안5 (데미안 포글러Demian Vogler)의 스크롤 만화. 특히 플립북과 같이 짧은 간격으로 연속되는 규격 패널의 배치와, 후반부에 등장하는 형식적 파괴가 디지털 만화 작가들의 실험성을 대변한다.

www.e-merl.com 다니엘 멀린 굿브레이(Daniel Merlin Goodbrey)의 사이트로, 특히 Hypercomics를 살펴볼 것. 작가가 스스로 만든 Tarquin Engine이란 플래시 만화 개발 툴을 이용해, 인터넷 만화의 “무한평면”-스콧 멕클루드가 칭한 HTML 캔버스의 특징-을 실험한다.


글. 이홍관(guanilee@gmail.com)
서울 국제 만화 애니메이션 페스티발(SICAF) 큐레이터.
사진, 미디어 및 중세미술 전공

관련웹페이지
SICAF(서울 국제 만화애니메이션 패스티벌) :
http://www.sica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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