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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주변에서 융복합이라는 키워드를 자주 확인할 수 있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예술과 다른 영역과의 만남과 그 가능성에 대한 질문과 시도는 반복 진행되어왔다. 대전시립미술관에서는 2005년부터 대전 FAST(Future of Art, Science and Technology)라는 예술-과학간 융합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 금천예술공장은 2010년부터 지금까지 다빈치 크리에이티브(Da Vinch Creative)라는 융복합 예술 작품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한예종은 2008년 예술과 과학기술의 통섭 교육(U-AT, Ubiquitous Art and Technology)을 시도한 전적이 있다. 2010년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2의 발표행사에서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을 강조한 것은 융복합이라는 개념을 사회일반에 알린 계기였다. 

하지만 융합 또는 융복합이라 불리는 서로 다른 영역들간의 만남에 대한 시도와 의미화는 10여 년이라는 시간동안 대상화되지 못한 채 단지 수면을 오르내리기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사라지지 않고 꾸준히 제기되는 물음은 그만큼 당대의 문제를 대변하며, 해답으로서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이라는 당위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대한 다양한 시도 중 작가들의 꾸준한 탐구 행위로서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진행된 <며칠간의 실험실>을 소개하려 한다. 

 

<며칠간의 실험실>은 서교예술실험센터의 <쉐어 프로젝트: 실험실>이라는 실험장소 공유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작곡가+물리학자+영상아티스트+안무가+바이올린 연주자'라는 독특한 구성의 팀은 그곳에서 말 그대로 며칠간의 실험을 시도했다. 너무나 다른 영역의 사람들이 모인 그들은 무엇을 진행했을까. 그리고 무엇이 목적이었을까. 

그들의 이번 실험은 <거꾸로 바로되기(Vice Versa)>라는 프로젝트에서 파생된 일종의 중간과정이다. <거꾸로 바로되기>는 경기예술활동지원사업인 G-Art프로젝트에서 진행되는 9개월간 진행되는 전시와 공연의 융복합 프로젝트이다. 핵심은 ‘물리학적 소리 기보 ATGC’이다. ATGC, 각각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은 생명의 설계도인 DNA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이다. DNA는 모든 정보를 A-T, G-C라는 커플의 순서를 통해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A,B,C,D라는 알파벳, 0과 1이라는 디지털 코드와 같은 하나의 개념을 구성하고 이를 서술하는 근간 요소인 것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멤버들은 A, T, G, C에 각각 현대음악의 기본 조성을 매핑하고 공간, 빛, 사운드, 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팀원들 모두가 공유하며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일종의 통합언어에 대한 탐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며칠간의 실험실>은 그 일련의 과정에 대한 중간 실험이자 사람들에게 제출하는 중간 보고서로서 제시되었다.

 

이들의 실험은 쇼케이스라는 형태로 수렴하여 대중들에게 전달되었다. 쇼케이스의 시작지점에서 안무가는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유영을 시작했다. 한편에서 오션드럼이 파도소리를, 다른 한쪽에서는 스피커가 둔중하게 울리며 저주파를 발산했다. 안무가는 곡선을 그리며 구르고 접고 뒤틀며 멈춤없이 공간 전체를 탐험하듯 부유했다. 안무가와 함께 떠다니며 관람자에게 다가오는 것은 긴 파장의 사인파이다. 안무가는 소리로 매개되는 공간의 기억을 읽어내고, 이를 몸으로 표현하며 다시 공간에 풀어놓는 행위를 계속 진행했다. 낮은 진동횟수와 진동간의 거리, 즉 낮은 음정과 주파수는 귀보다는 몸 전체를 울리는데 이는 공간과 사람, 설치된 조형물을 연결한다. 한편 함께 공간을 거니는 작곡가는 그 사이 사이 긴 선을 가진 기타와 짧은 선을 가진 차임벨을 울리며 높고 낮은 음의 온도차를 만들어 변주를 그리며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원통 악기를 돌리며 공명음을 자아내는 한편 주위의 소리에 감응하여 악보에 음악을 그렸다. 사다리라는 섬에서 출발해 갖가지 생물과 풍경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통과하며 이들을 발견해 나가던 안무가는 이윽고 모든 여행을 마치고 침묵하며 이야기는 마무리를 맞이했다. 

퍼포먼스가 펼쳐진 공간은 특정 관람 구획이나 동선이 없는 열린 공간이다. 조형물이 공간 전체에 배치된 가운데, 공간 내 화자인 안무가와 작곡가는 각각의 설치물 사이를 유람한다. 관람자는 특별한 제재 없이 공간을 거닐 수 있다. 쇼케이스가 진행되는 동안임에도 자유로이 다닐 수 있는 상황에 관람자는 말 그대로 자유롭지만 동시에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인다. 관람자는 안무가와 작곡가를 따라다니며 일거수 일투족을 추적할 수도 있다. 한쪽 벽에 기대어 악기나 조형물을 중심으로 현장을 열람할수도 있다. 또한 퍼포먼스의 장면 장면마다 거의 개입에 가까운 관찰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R석이나 S석처럼 공연의 모든 것을 한번에 조망할 수 있는 고정된 최적의 위치는 없다. 다시말해 관람자가 경험하는 퍼포먼스는 각자가 스스로 편집한 각자만의 고유한 버전인 것이다. 관람자는 해석자로서 이 실험에 참가한 또 다른 멤버인 것이다. 바라보는 눈높이와 시야, 좌표와 동선이 다른 가운데 공간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이 공유하는 공통줄기는 바로 소리 환경이다. 

 

작곡가+물리학자+영상아티스트+안무가+바이올린 연주자라는 독특한 구성을 가진 창작팀이 서교예술실험센터와 서교동이라는 공간에서 시도한 것은 공유언어로서의 소리탐색이었다. 이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공간을 중심으로 서교동 일대의 소리를 채집하여 다양한 조작 실험을 진행하였고 이에 근간한 조형물을 중심공간에 배치했다. 수집된 소리는 증폭과 합성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공간에 대한 해석이자 공간 전체를 포섭하는 소리로서 공간을 울리며 공간 안의 모든 이들을 공명시켰다. 소리는 서로 다른 모두를 잇는 매체로서 위치했다. 프로젝트 멤버들은 이를 조율하며 또 다른 현상과 의미를 탐구하는 연주자이자 연구가였다. 

10여 년 간 문화예술과 과학계에서 진행된 융복합 프로젝트가 접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근본 요인 중 하나는 언어의 차이일 것이다. 언어에서 비롯된 차이는 사고의 차이와 함께 하며 이해에 대한 벽을 형성했다. 이를 깰 수 있는 것은 관심이며 그 시작은 질문일 것이다. 과학이 예술이 만날 때, 융복합의 과정에서, 과학은 예술가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예술은 과학자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만남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거슬러 올라가 왜 만나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오고가는 가운데 프로젝트 멤버들은 모두가 서로의 행위를 공유할 수 있는 근본인자에 대한 실험에 착수했으며 진행중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하나의 완결된 작품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중간 보고서로서 위치한다. 이들의 실험은 규명할 목표가 정해지지 않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향한 시도였다. 가설에 대한 규명보다는 상정한 선을 뛰어넘는 새로운 의미탐구를 위해 이들은 서로 때로는 연주자로서, 창작자로서, 때로는 조율자로서, 해석자로서 그 역할을 바꾸며 서로에 대한 이해의 접점을 넓혀가며 그 공통분모로서 소리에 대한 탐구를 진행했다. 그들의 탐구여정이 다다르게 될 결과의 풍경이 기대된다. 

 

 

며칠간의 실험실

진행장소 : 서교예술실험센터 지하1층 다목적실

진행일시 : 2019. 6. 16. 오후3시

프로젝트 참여작가 : 김현정(전자음악/작곡), 박상준(물리/음향), 박소정(안무/무용), 박은영(영상/소리/설치), 이유빈(전자 바이올린)

프로젝트 협업작가 : 노영훈(조형예술가), 이승호(무대조명디자이너)

 

작곡가 김현정, 물리학자 박상준, 영상작가 박은영, 안무가 박소정, 바이올린 연주자 이유빈으로 구성된 팀으로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한 이들은 경기예술활동지원사업 G-Art프로젝트의 시각 및 공연예술 융복합프로그램 <거꾸로 바로되기(Vice Versa)>에서 함께 모여 이를 준비중이다. 프로그램의 결과는 2019년 12월, 파주의 포네티브 스페이스에서 융복합전시회, 현대무용공연, 세미나 및 작가와의 대화로서 보여질 예정이다.  

 

프로젝트 웹페이지 : www.facebook.com/EXPDays

 

허대찬 (aliceon managing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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