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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2006)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9. 3. 16:17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은 신파입니다. 그것도 아주 고루하고 전형적인 구조의 신파이지요.

이 영화를 가지고 영화 잡지에 소개될법한 [간단 줄거리 요약]을 하고 나면
굳히 영화를 보지 않아도 내용을 대충 알듯한 뻔-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불량공주 모모코]를 만든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이 고루한 이야기를 전혀 '다른' 그릇에 전혀 '다른' 요리법으로 [세상에 없던] 영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이 [전혀 다른 요리법] 때문입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에게 익숙해진 최신의 [요리법]을 전혀 위화감 없게 잘 비벼냈다고나 할까요.

이 영화에 어울리는 정확한 장르명은 '판타지 뮤지컬' 정도 일겁니다.

말 그대로, 화면은 대단히 '판타스틱'하며, 무려 70곡의 음악이 쓰일 정도로 영화 내내 노래가 가득한 '뮤지컬' 영화입니다. 엔카에서부터 록, 댄스에 이르기까지 정말 모든 장르의 음악이 쓰임에도 각 장면들 속에서 곡들이 조화롭게 살아 움직입니다. 물론 음악을 먼저 선곡하고 영화를 찍었다는, 다분히 'MTV'적인 제작 방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요.

그렇다고 이 영화에 쓰이는 뮤직비디오와 같은 현란한 기법이 키치하거나 마냥 치기 어리게 보이는 것 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기법들은 현란하긴 하나, 그 현란함 속에 독특한 서사구조를 지니고 있어 관객들을 몰입하게 하지요. 그러한 몰입 속에 사람들은 주인공을 이해하게 되며, 짧지 않은 러닝타임을 지루할 틈 없이 [즐기게] 됩니다.  이러한 서사구조는 20세기 영화들이 가졌던 서술과는 다른, 아주 독특한 방법입니다. 과거의 영화들이 소위 '롱테이크'로 대변되는 사유 구조를 지녔다면, 21세기의 영화들은 빠른 컷 전환과 감각적인 구도 속의 '리듬감'이 보는 이에게 독특한 정서 환기를 가져다 준다고나 할까요.

이런 21세기 영화의 징후들은 이전의 영화들과 (정확히는 이전의 서사법과) 과감히 결별하며 새로운 진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21그램'에서 나타났던 분절적 서사의 사유와 그에 따른  관객 몰입현상, 장윤현 감독의 '썸'에서 보여지는 새로운 미디어를 기반으로 한(핸드폰이 마치 인간의 일부인 듯한  전제하에 이루어지는 소통) 이야기등은 분명 새로운 현상이며,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는 문화 부재의 시대에 대안적인 [새로운 요리법]인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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