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I AM AN ARTIST_2008 젊은 모색展_exhibition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2. 11. 23:26

‘젊은 모색’은 그 이름만으로도 상당한 권위를 지닌 한국의 대표적인 신진작가전이다. 출발한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이 전시는 현재 내로라하는 주요 한국작가들을 배출해왔고, 그러기에 미술계 내부의 각 분과들에서도 격년에 한 번씩 열리는 이 전시를 다들 눈여겨본다. 사람들이 주목하는 만큼이나 매번 개최될 때마다 호오가 갈리고 날카로운 판단의 잣대가 기울여지는 것도 이러한 관심과 무관하지 않다.

이미 시작된 지가 두 달이 넘은 이 시점에서 “2008 젊은 모색”은 꼭 가보는 게 좋을 전시로 추천되고 있다. 알고 보면 전시에 대한 평가가 꽤나 빠듯하게 내려지는 미술계에서 이러한 평을 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 논하자면, 두말할 것도 없이 완성도 문제로 귀결된다. 70년대 초반 생에서부터 80년대 초반 생까지 빼곡하게 17명의 작가들을 작업을 나열함에 있어서 어느 하나 크게 뒤지지 않게 했다는 것은 전시의 질적 완성도에 있어서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 모색’전에 대한 고민이 꽤 컷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수의 작가를 참여시키는 전시에서 작업의 호오를 떠나 객관적으로 볼 때도 거의 모든 작품이 고르게 완성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전시가 있을 때마다 확인하고 오는 것이 아닌가. 또한 회화에서 사진, 비디오 등 이질적일 수도 있는 각각의 매체를 잘 어울렀다는 점에 있어서도 (물론 이것은 단지 기획만이 아닌 작가들의 작업에 의한 것이기도 하였지만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늘 지적되듯이 배타적인 현대미술을 소개하기 보다는 미디어아트에 이르기까지 특별한 설명 없이도,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점은 ‘젊은 모색’을 키워드로 검색해 들어간 블로그들을 통해서도 확인되기 때문이다.
 


Voyage to Vanishing Landscape / 2008 / 2D+Real 3D Animation Video / Color / 3m 53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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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개인적으로는 이번 전시에서 단순하거나 복잡한 것은 판단 외로 하더라도 다수의 작업에서 미디어가 활용되었다는 점에 플러스 부호를 매겼는지도 모르겠다. 김윤호는 17대의 PDP를 이용해 의미가 결여된 여행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사용된 효과란 PDP화면을 카메라의 플래시처럼 사용하는 단순한 형태이지만, 깊이 있는 공간에서 다수의 플래시가 만들어내는 효과는 꽤 강력했다. 오히려 조악해보일 수 있는 거친 스케치를 이용해 3D입체 영상을 만든 작가 릴릴의 작업에서는 일종의 미디어 놀이적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작업은 우리에게는 이질적 공간을 애니메이션을 통해 제공해 동화 같은 거리감을 부여한다. 이진준의 작업은 죽음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비디오 영상을 통해 풀어내고 있는데, 비디오작업에서 끌어낼 수 있는 화법을 한계까지 끌어올리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이진준 작가는 ‘2008 젊은 모색’전의 17명 작가 모두와 인터뷰를 하고, 그 인터뷰를 각각의 화면에 담았다. 모든 작가의 인터뷰는 촬영된 내용에 가감이 없는 단 10분, 17대의 LCD 모니터에서 동시에 쏟아져 나오는 작가 인터뷰는 한 사람 한 사람 따로 떼어듣거나, 각각의 메시지가 아닌 동시적 이미지로 경험할 수도 있다. 이 역시도 지나가는 시간에 대한 이진준 식의 표현이 담겨있다. 이완 역시도 긴 호흡으로 찍은 영상작업 들을 통해서 생사의 경계에 대해 조밀하게 질문한다.

최근 몇 년 동안의 전반적인 추세이기도 했지만, 이제 작가들은 자신의 작업을 하나의 특정한 매체에 한정지어 표현하지 않는다. 작은 효과들을 첨가해 평면 작업에 변화를 준다. 우리는 조만간 작업에 사용된 ‘미디어적 제스처’들에 대해서도 미디어아트의 범주로 넣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듯하다. 

이번 전시는 대중주의나 자본주의에 휩쓸린 미술계에서 작가들의 신념과 상상력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고자 하는 전시 기획의도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작업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주제의식은 거창해진 감이 없지 않다. 오히려 작가들의 주제의식은 외부적 힘에 대응하는 개인들의 전략(戰略)이 최근 어떠한 형태를 띠고 있는지 보여준다. 오석근이나 위영일의 작품들처럼 일종의 패러디 형태를 취해 비웃음을 유발하거나, 가벼운 것처럼 다가서서 문득 작품을 마저 다 볼 때쯤 뒤를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드는 아이디어를 통해 표현하거나(김시원) 혹은 아예 더 개인적으로 환원해 외부불가침적 세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릴릴이나 이진준, 김윤호 등은 미디어작업에서는 시간(소멸)이나 공간을 끌어와서 더 추상적인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작업들의 세세한 면을 뒤로 한 채 이들을 자본주의라는 거대담론하에 지나치게 얽매는 것은 아닌가 싶다. 현재의 젊은 세대에게 따라다닌 것은 정확한 실체가 사라진 유령과 같은 대상이다. 억압의 주체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개인들은 격하게 반응하기 보다는, 반걸음 정도는 빗겨나가 ‘그들만의 전략’을 추구한다. 그것이 패러디나 개인적인 형태 혹은 아예 비현실적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으로 변주된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주제를 가지고 작업들을 범주화시키기 보다는 작업들의 내적 성격을 한 꺼풀 더 벗겨보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전시에 대한 평이 좋다는 것은 그만큼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일 것이다. 허나 다른 한편으로 만족도가 높다는 것은 더 더할 것이 없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2008 젊은 모색전이 가지고 있는 개별적 작업들과 전체적인 구성은 굳이 다른 신진작가전들과 비교하지 않아도 발군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완결성이 독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기우가 아른거린다. 단지 어느정도 완성되고 어느정도 인정받게된 현재의 선에서 만족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것이다. 올해 작가들의 전반적인 특징은 ‘전략적’인 태도를 갖췄다는 것이다. 사회에 대한 성찰을 노골적이지 않게 돌아가거나 아예 본질에 다가가는 태도를 갖춤으로써 그들은 차별성을 가져왔고, 이러한 차별성이 노골적인 전략들보다 더 쉽게 받아들여지는 장에서 하나의 대안이 되었다고도 생각된다. 여기서 쉽게 멈추는 것이 아니라 올해 전시에서 보여줬던 그 싱싱한 아이디어들이 좀 더 날카로워져서 더 숙련되고 정제된 전략들을 취하게 되서, 또 다른 성찰들을 하게끔 우리를 자극시켜줬으면 하는 바람을 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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