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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외계인을 상상해왔다. 현재 인간의 모습과 비교해보면, 외계인은 지나치게 큰머리와 돌출된 큰 눈, 가늘어진 팔과 다리, 퇴화된 귀와 코…등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곤 한다. 그런데 우리가 상상해온 외계인의 모습은 다름아닌 기술문명 속에서 진화될 미래 인간의 모습을 예견한 것이란 설이 많다. 물리적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사이버 공간에 머무는 시간에 미치지 못하게 되면서, 눈으로 인식하고 머리로 사유하는 능력이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눈과 머리가 점점 더 부풀어오르지는 않을까 하는 상상은 무리가 아닌 듯 하다. 얼마 전 쌈지스페이스에서 열렸던 덴마크의 예술가 그룹 AVPD의 전시는 이렇듯 비대해진 눈과 머리로 세계를 경험하는 데 익숙해진 관객들의 감각능력을 각성시키기 위해 마련된 공간으로 우리를 전송시킨 듯 했다.  

 

AVPD는 덴마크의 작가 Aslak Vibæk (AV) and Peter Døssing(PD)결성한 팀으로, 인간과 공간 사이의 지각적 관계를 탐구해왔다. 작가들 스스로가 밝히고 있듯이, 이들의 작업은 가상의 3차원 환경에서 펼쳐지는 SF물이나 슈팅게임과 같은 허구적인 공간에서의 실험을 현실로 이끌어 옴으로써, 관객들이 미지의 공간을 탐색하면서 실험적인 경험에 이르게 한다. 따라서, AVDP의 공감탐험적 프로젝트들은 건축과 과학의 탐구가 병행되며, 궁극적으로 물리적인 공간과 디지털 공간을 가로지르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 앞에 놓인 세계의 인식이라는 인문학적 물음에 기반을 두고 있다. ‘Transmission’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는 실제와 가상, 그리고 가상적인 것의 지각과 인식이란 문제를 다루었다고 간추려볼 수 있다. 다만, 실제와 가상, 물리적 공간과 사이버 스페이스에 관한 많은 논의와 작품들이 비교적 새롭게 등장한 가상공간에서 경험에 방점을 두었다며, AVPD의 작품은 디지털 공간의 가상이 우리의 세계 인식에 가져온 변화를 물리적 공간에 투영하고, 그 공간에 전송된 관람객들이 몸을 통해 공간과 시간을 인식하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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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IRCASE, 2008, 1-4층 계단 각충에 5개의 기성문을 제작 설치, 가변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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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UBLE SIGHT, 2008, 이노글라스, 비디오 카메라를 이용한 realtime projection, 가변크기

가상적인 실제란 표현이 혹 오해의 소지를 내포하고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AVPD의 작업을 묘사하기에는 적합한 듯 하다. 이들이 실제에 구축해 놓은 공간 속에는 허구와 가상이 숨어있고, 가상적인 실제의 탐험을 통해 관객들은 마비되었던 감각과 인식은 각성된다. 전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공간은 일상에서 흔히 마주칠법한 공간들이다. 다만, 지극히 미니멀하면서도 특수한 정치들이 숨어있는 공간은 마치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샤이닝 속으로 들어간 듯한 묘한 긴장감을 일으킨다. 이러한 긴장과 낯설음의 정체는 공간에 숨어있는 반복과 반영구조에 기인한다.

 

전시실 입구를 지나 만나게 되는 5개의 문은 (작품 Staircase)과 계단, 이 공간은 층을 달리하여 오를 때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여기서 다섯 개의 문은 첫 번째 긴장을 야기하는 요소인데, 오직 하나의 문만이 다음 공간으로의 입장을 허락한다. 공간이동의 실패를 몇 차례 맛본 관람객은 반복과 지연 속에서 갈등과 긴장을 경험한다. 만약 이 공간에 CCTV 카메라가 설치되어있다면, 관람객은 다음 단계로의 이동에 실패한 게임의 아바타처럼 비춰지지 않을까? 1층에서 문 열기에 성공하면, 그 다음에는 두 개의 창을 통해 관람객을 비추는 다음 공간으로 이동하게 된다. 여기서, 두 개의 창 가운데 하나는 외부공간으로 연결되는 이노글라스(매직글라스라고도 하는)창이다.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기 위해 가까이 가면, 불투명했던 창은 나를 비추는 대신 창너머 외부 공간을 비춰준다. 두 개의 창 중에 또 하나의 창은 바로 관객의 기웃거림과 몸짓을 녹화하여 일정 시간차를 두고 재생된 모습이다. 시간차를 발생시키는 구조와 시간의 차이 속에 갇힌 나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관객들은 또 다른 긴장과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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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LACEMENT, 2008, 복도와 거울, 2개의 540*200*85 cm 복도가 90도로 연결됨,가변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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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T +1hr, 2008, 형광등 과 빛 감지센서, 가변크기

두 번째 층으로 자리를 옮겨 또 다시 5개의 문 앞을 지나면 관람객은 또 하나의 극적 공간, 즉 실제이지만 가상적이고 허구적인 또 다른 공간이다. 현실을 가상과 연결시키는 고리는 거울을 이용한 반영구조이다. 거울은 좁고 짧은 공간을 무한히 확장시키고, 뒤돌아 서면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예상치도 못했던 제3자를 출현시킨다. 등줄기가 서늘해지고 다리가 떨린다. 90도 각도로 연결된 복도는 모서리에 45도 각도로 설치된 거울은 내가 보여야 할 자리에서 자신이 아니 점프컷으로 다가온 의외의 인물을 맞닥뜨려야 하는 철렁함을 경험케 한다. 이 언케니한 공간을 빠져나와 또 다시 5개의 문 앞을 지나면, 형광등 불빛 작열하는 마지막 공간에 이른다. 실제공간에서 몇 차례의 가상을 경험한 탓에 정당한 피로와 매스꺼움을 경험한 관객들은 따뜻한 빛 앞에서 일종의 안도감을 느낄지도 모르겠으나, 이 빛은 끝으로 우리를 시간을 경유한 공간이동을 선사한다. 형광등 불빛은 작가들이 머물고 있는 덴마크에서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빛으로, 관객들은 빛을 통해 또 다른 시공간과 연결되는 것이다.

AVPD의 작업은 치밀하게 구성된 공간과 그 안에 숨겨진 장치들을 통해 물리적 공간을 가상적인 공간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렇게 되면, 관객들은 이들이 만들어 놓은 공간 탐험을 통해 실제에서 만나는 가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은 익숙지 않은 경험이지만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적응하게 만든다. 높은 바위산을 올라갔다 평지에 내려오면 평소의 발걸음과는 다른 느낌을 받게 되듯, 물리적 공간에서 몸을 통해 경험하게 되는 가상은 사뭇 다른 경험을 전한다. 지금까지 디지털 가상에 대한 논의가 디지털 공간에서 마치 실제와 같은 이미지와 상황을 만나는 것에 집중되었다면, AVPD의 공간은 디지털 세계에서 변형되고 무감각해진 감각과 인식을 각성시키는 듯 하다. 이들이 제안하는 현실의 영역에서 공간탐험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몸의 감각을 각성시키고, 가상세계에 대한 인식의 방법을 환기시킨다.


작가 사이트: http://avpd.net
사진제공: 쌈지스페이스 www.ssamziespa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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