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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라는 다소 진부하지만, 사춘기 시절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반복되고 있는 반문은 종종 존재론적인 물음인 동시에 나란 ‘주체’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이렇게 ‘나’라는 또는 ‘너’라는 주체를 형성하는 정체성이 다양한 맥락을 기반으로 하고 있듯이 예술작품의 해석 또한 작품 자체의 조형적 요소와 더불어 그 작품이 기반하고 있는 맥락을 찾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필자도 이번 전시에서 ‘한국전쟁’, ‘실종된 프랑스 병사’ 그리고 ‘작가의 정체성’이라는 다소 엉뚱하고 작위적인 설정을 보여준, 나현이라는 작가의 정체성에 대한 강한 의문을 품고 그의 작품속으로 들어가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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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나현에게 있어서 ‘사건(event)’으로서의 역사에 대한 탐구는 E.H.Carr의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는 구절처럼, 현재까지도 그의 작품을 끊임없이 관통하고 있는 중대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는 현존하는 대상 그 자체로서의 작품을 매개로 우리에게 실종된 한국전쟁의 역사와 당시 실종된 7명의 프랑스 병사와의 대화를 시도하고자 한다. 그리고 2007년부터 2008년까지 프랑스 파리에 머물던 그가 실종된 프랑스 병사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말하길, “인간은 뭔가를 규명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는데, 실종은 규명하기 힘든 것이지 않은가...이 작업을 통해 정체성의 실마리를 풀고 싶었다.”


나현의 이번 전시는 표면적으로 보기엔 하나의 역사적 사건에 대한 다큐멘터리적 재현 프로젝트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우선 아연패널 7개가 눈에 띈다. 그리고 자료를 수집결과 양국정부로부터 받은 문서와 사진, 드로잉도 함께 전시했다. 그는 이런식으로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자료를 찾고 인터뷰 또는 퍼포먼스 등을 수행하고 이를 사진 혹은 영상으로 남기고 전시한 뒤 그 결과물을 엮어 책으로 만들고 나면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한다. 그는 7명의 실종된 병사들을 시간과 공간에 의해서 인식될 수 없는 사건으로부터 이탈된 상태인 실종으로 역사적 사건의 잉여 속 어느 지점에서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여기서 작가는 프랑스의 제로 포인트인 씨테섬을 세느강의 중심에 떠있는 고립된 공간으로 인식하고 섬을 연결하는 7개의 다리를 7명의 실종병사와 전치시켜 그 풍경들을 그려나가며 정체성의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작가는 아연으로 만든 패널에 물을 가득 채우고, 물 위에 수채물감으로 시테섬의 다리를 그렸다. 그 뒤 2~3개월 동안 담겨있던 물을 자연증발시킨 결과 물에 섞여있던 부유물과 물감이 의도되지 않은 한 폭의 추상화를 만들었다. 작가가 말하길 “물 위에 붓을 대면 닿자마자 물감이 퍼져버린다. 인간이 뭔가를 규명하려 하지만 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버리는 것과 같다고할까? 역사가들이 객관적 진실을 추구하려 하지만 역사에서 객관성이란 있을 수 없다는 나의 생각 또한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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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하필 한국전쟁이고 실종된 프랑스 병사 찾기인가...그것은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일종의 메타포로 보기에도 어쩐지 작위적이다. 그러나 필자는 표상 너머의 은폐된 혹은 실종된 맥락을 찾아야 한다. 나현의 역사적 사건의 해석은 어떤 구체적 사건으로서 역사 속에 중심이 되어왔던 인간의 관점보다는 시간과 공간의 관점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프로젝트를 통해 역사와 인물이 누구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종’이라는 상황과 ‘찾아나섬’이라는 인간 행위 그 자체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것에 자기 정체성에 투영시키고자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한국전쟁은 그저 이미지(기록사진, 연상 등의)와 이데올로기 전쟁이라는 거대 담론으로 존재할 뿐이고, 실종된 프랑스 병사는 부재하는 사건으로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실종이 삶과 죽음 양가적 의미를 함의하고 있듯이, 실재했던 역사는 이제 나현 작품 속에 지표(index)로서의 흔적으로 남겨진다. 즉 가상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실종된 역사의 가상적 표상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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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경애. 홍대 예술학 (socioart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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