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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아트는 미술 내에서는 여전히 변방의 영역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올해 초, 대한민국 인재상이라는 대통령령 시상에서 김연아와 더불어 '미디어 아티스트' 한 사람이 함께 보도되었다. 미술계에서 보았을 때 젊은, 아니 '어리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순간 누구보다도 대중들에게 주목받았던 작가 권아람을 만나 그녀의 세계관과 작품관에 대해 들어보았다. 

aliceon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권아람 안녕하세요, 권아람이라고 합니다. 현재 평면, 영상과 퍼포먼스 등 개인 작업들을 통해 독립적인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료 작가들과 함께 스핑터스라는 이름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고요.





KWON Ah Ram, Self-portrait 10, 2006, scan image



aliceon 광고 영상 디자인 전공이신데,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떤 것이었는지요?


권아람 대학교 수업 중 저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의 영향이 가장 컸습니다. 광고 영상 디자인 전공 수업은 광고 분야와 영상 분야가 각각 50% 정도의 비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매체를 기반으로 하는 작업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매체가 가지는 속성과 전달력, 기능 등을 체득해 작품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중 신진식 교수님께서 강의하신 학과목들은 대단히 실험적이며 창의적인, 새로운 예술에 대한 전문적인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당연히 뉴미디어 아트가 포함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구태의연한 기존 관념을 넘어서 삶과 예술의 본질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최신 정보와 자료까지 제공해주시는 교수님께 배운 것이 제가 예술가로서의 길로 들어선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aliceon 작업과 표현에 있어서의 어떤 관점을 가지고 진행하시나요? 어떤 것에 흥미가 있고 어떤 것을 표현하고 계신지요.


권아람 제 작업은 주로 외부적이거나 이야기의 요소보다는 제 자신의 진동에서 비롯됩니다. 우리가 존재하는 세상은 모두 진동하는 대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동물과 식물은 물론 돌이나 전자제품, 책상과 같은 사물들도 모두 단 한 순간도 정지해 있지 않은, 진동하는 대상인 것이죠. 한 유기체로서 가진 본질적이고 남과 다른 독특한 성향에 중점을 두고, 의도적 목소리를 담아내려하기보다는 작업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내재적 에너지가 만들어내는 진동, 이 진동은 음악이기도 합니다. 혹은 빛의 파동으로 인해 우리 눈에 보이는 형상 그 자체를 바라봅니다. 가장 흥미를 두는 점은 내가 어떤 진동이며, 다른 진동들과 어떻게 반응하며, 어떻게 관계하고 있는가 라는 점입니다. 시각적이거나 구체적인 형상 뿐 아니라 파동의 중심에 내재한 정신에 흥미를 두고 있습니다.




KWON Ah Ram, Self-portrait 08, 2006, scan image



aliceon '미디어 아티스트'로 알려졌고, 스스로도 그 분류를 통해 활동하고 계신데 본인이 생각하고 표현하는 '미디어'란 어떤 것인지요.


권아람 '미디어'는 이 시대의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현실을 넘어선 하나의 관념적 공간이라고도 봅니다. 만져지지 않고 실체를 확인할 수 없지만 다양한 미디어의 특성들은 작가에게 새로운 아이디어 뿐 아니라 인지의 영역을 넓힐 수 있도록 해 주는 발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관계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aliceon 그렇다면 이러한 미디어에 대한 예술, '미디어 아트'에 대한 생각과 견해는 어떠신지요.


권아람 예컨데 우리가 회화를 '브러쉬 아트'라 말한다면 어색하듯, 사실 미디어 아트라는 말은 우스꽝스러운 데가 있죠. 하지만 시대적 예술의 특징을 나타내는 말로 여기며 덮어둡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미디어는 우리의 많은 부분과 생각을 변화시켰습니다. 미디어 아트는 기술로서의 예술이라는 인식과 방향을 연 동시에 현실을 넘어선 세계를 잇는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비디오 아트, 컴퓨터 아트, 인터렉티브 아트라 불리던 것이 지금은 미디어 아트, 뉴미디어 아트라 불리는 것처럼 지금 이 순간 미디어 아트의 정의는 모든 것을 총칭하는 동시에 시대에 따라 계속 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aliceon 어떤 경험이나 계기를 통해 영상이나 사진 등의 매체를 사용하게 되었는지요. 예술작업을 함에 있어 그러한 매체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될텐데요.


권아람 이미지는 현실에 존재하는 나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현실에서의 나는 진동하며 흘러가고, 사라지는 존재라면 이미 지나간 이미지의 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과거의 기록과 내가 느끼지 못한 순간적인 감정을 드러내고 있어서 끊임없이 그것을 관찰하게 만듭니다. 

저는 그러한 이미지에 대해, 이미지를 통해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캐너와 스캐닝이라는 도구와 과정을 통해 이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스캔작업을 통해 디지털화되어 드러난 나를 보고 있으면 내 속에 있는 나를 꺼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순간마다 다르게 복제되는 나는 모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고 때로는 연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현실에서 거울을 보는 것이 외면을 보기 위한 것이라면 저의 스캔 작업은 내면을 보는 작업입니다. 매체는 나를 가장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일 뿐, 그 이상을 바라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반복된 스캔 작업을 통해 만든 <In the mirror>나 <Coevolution> 과 같은 경우에는 스캔하는 순간의 움직임을 통해 얻어진 변형 이미지, 즉 진동하는 형상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려 한 작품입니다. 





KWON Ah Ram, Self-portrait 09, 2006, scan image



aliceon 미쳐 알지 못한 점이 있었는데 위 두 작품이 사진이나 디지털 영상 작업이 아닌 '스캐닝' 작업이었군요. 같은 기계 이미지인 사진과 다른 점이라면 사진이 이미지를 생성하는 순간, 찍는 주체가 결과물인 사진과 완벽하게 격리되는 반면, 스캐닝의 경우 이미지가 생성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연결된 채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를 것 같습니다.


권아람 네, <in the mirror>나 <coevolution> 작업은 모두 스캐닝 이미지들을 동영상화 한 작업입니다. 순간의 이미지를 기록하는 사진과 다르게 스캐너는 흘러가는 시간과 움직임을 통해 신체의 변형을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사회 참여적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도 하였지만, 아직 제 작업은 'self-portrait' 시리즈처럼 자신의 안을 탐구하는 중입니다. 스스로도 다 알지 못하는 '나'라는 우주에 대한 탐구가 현재까지는 제 작업의 바탕이라고 생각합니다.



aliceon 신체 이미지를 주축으로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계십니다. 작품들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의 색으로, 억압과 무거움 등의 긴장이 느껴집니다. 


권아람 주제라기 보다는 한 우주로서 존재하는 나 자신을 성찰하는 것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작업들의 주된 목적입니다.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것이 작가의 본질적인 성향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개인적으로 시끄러운 것보다는 단순한 것을 선호하는 점에서 매체가 주는 그러한 속성이 축적된 내면의 소리와 일치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한, 내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끝없는 의문과 존재에 대한 궁금증과 같은 것들이 작품처럼 갇혀서 답을 찾지 못한 채 헤매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 작품의 느낌은 작가로서의 인생을 길게 보았을 때 초기에 해당하기에 마치 깨달음을 얻어가는 종교의 한 방향과 일맥상통하다고 봅니다. 





KWON Ah Ram, Hand, Video Gate, Chuncheon Mime Festival, 2007




aliceon 또 한 가지 독특한 작업이 <hand>인 것 같습니다. 작품 상세 내역을 보니 interactive installation이라고 기술되어 있는데 관객과 어떠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작업이었나요?

 

권아람 춘천마임축제 <미친금요일> 게이트 영상으로 제작 된 작품입니다. 손의 움직임과 함께 입구 속으로 들어가는 관객들은 직접 영상을 거쳐 제 3의 공간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 공간 속에 촘촘히 매달려 관객의 얼굴과 신체에 직접 닫고 부딪치는 유기적인 스크린들은 관객들을 혼동에 빠지게 하며 삶이 영상인지 영상이 삶인지 의문을 갖게 합니다. 이 작품은 영상설치작품과 관객 사이의 고전적이며 아날로그적인 인터렉티브 방식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aliceon 젊은 새로운 세대의 사람으로서, 새로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로서의 모습에 질문해 봅니다. 현대 사회에서, 특히 요즈음의 미디어 작업은 단지 예술 세계 내부에서만 만들어지고 소화되는 것이 아니라 공연장에서, 티비 채널에서, 건물의 외벽에서, 백화점 안에서 등 외부적 수요에 의한 커미션 작업이나 혹은 대중 공간에서 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모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권아람 이러한 시대의 범람하는 요구는 미디어아트가 자칫 외부의 수요에 응해 생산되는 단순 상품이 되어 하나의 트랜드로서 소멸되어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지만, 시도와 방법의 다양성, 새로운 예술형태로의 변이 등을 고려했을 때 결국 예술과 사회를 위한 예술의 대중화에 이바지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진식, <극중극>, 2008 한일 아트릴레이-새로운 공간, 한일 아트와의 만남 중



aliceon 가장 좋아하는 미디어 작가는?


권아람 처음 언급했던 신진식 교수님입니다. 교수님은 1985년 국내 최초의 컴퓨터 아트 개인전과 1991년 상호 작용하는 미술 개인전을 시작으로 미디어 퍼포먼스, 신문 광고지면이나 텔레비젼 프로그램 등 기존의 미디어 자체를 예술적 매체로 사용해 온 오늘날 미디어 아트와 다원 예술의 효시이며 지금도 젊은 저희보다 더 반짝이는 새로운 발상의 창작을 왕성하게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작가입니다.





KWON Ah Ram, Self-portrait, 2005, photograph



aliceon 다양한 활동을 하셨고 다양한 언론 매체에 노출되셨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건이자 계기라면 아무래도 Mantra TV의 pop-up project와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일텐데 그에 대한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권아람 미국 맨하탄에 소재한 문화 예술 전문 방송 Mantra TV에서 첫 pop-up project를 공모했고,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계속 작업해온 다양한 유형의 자화상 시리즈(디지털 이미지, 사진, 스캔 이미지, 퍼포먼스, 비디오 작업)를 출품하였고, 이에 선정되었습니다. 다른 젊은 작가들의 작업에 디해 단색조의 절제된 표현이 좋은 점수를 얻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만트라티비의 지원으로 첫 개인전을 열 수 있었고 뉴욕 타임워너케이블 채널 57에서 28분간 제 작업이 방영되어 작가로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후 학업과 병행하여 작업해오는 과정에서 단편영화, 다큐멘터리 등 영상매체를 통한 다양한 작업을 하게 되었고 예상치 않게 국제영화제, 공모전 등에서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인재상은 각 분야에서 뚜렷한 재능과 성과를 보이는 대학생들을 몇 차례에 걸친 서류 심사, 현장 면접의 과정을 통해 국가 인재로 선정하여 대통령상을 수여하는 것인데, 이러한 작업 과정에서 얻어진 작은 성과들이 쌓여 이 상을 받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aliceon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신지요.

 

권아람 12월 개최 될 방콕에서 열리는 FRESH(비디오아트 및 단편 국제영화제)에 'coevolution‘이 초청되어 있고, 새롭게 준비한 작품들로 개인전을 열 계획입니다.





aliceon 긴 시간 인터뷰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 권아람 작가의 작업을 살펴 볼 수 있는 앨리스온TV - 앨리스 피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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