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Artist

빛나는 모습, 해탈의 순간을 향해_작가 김기철_interview

aliceon 2010. 4. 27. 17:18




이번 앨리스온 인터뷰에서 만나볼 작가는 김기철입니다. 작가 김기철은 사운드를 기반으로 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진행인 작가는 근 10여년만에 국내에서 개인전을 가졌습니다. 화양, 빛나는 모습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번 전시에서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때와 소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작가를 만나 보았습니다.


aliceon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작가님의 작업을 살펴보자면 '소리를 조각한다'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각의 일반적인 인식이라면 커다란 오브젝트를 깎아 나간다라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본인이 생각하고 계시는 소리라는 매체와 조각이라는 행위와의 연결점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계시며 작업을 이끌어 나가고 계시는지요.


저를 규정하자면, '조각가'로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통 조각가로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조각가로서 어떻게 소리를 볼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17년간 작업을 해 왔습니다. 

조각은 조각이지만, 제가 보는 조각은 넓은 의미에서의 조각입니다. 제 작업행위는 설치미술로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 아티스트라는 범주에 묶여 전시도 많이 하고 활동하고 있지만 설치 미술가, 혹은 조각가로 칭해 봐 주시는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aliceon 소리라는 매체를 다루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지요. 


처음 작업을 하게 된 계기는 야구중계였어요. 라디오 야구 중계를 친구들과 같이 듣고 있었는데 야구장이 갑자기 떠오르는거에요. 문득 주위 친구들을 돌아보니 다들 라디오만 쳐다보고 있길래, "야 뭐보고 있냐" 라고 물어봤더니 그건 또 모르겠다고 하고. 하지만 그 중계 소리에 모두들 야구장을 '보고'는 있었던 거지요. 문득 내가 소리를 보고 있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고 그것이 첫 시작이었습니다. 그런 경험 후, 한국미술사 시간에 석굴암의 11면 관음보살상을 보게 되었어요. 교수님이 이 문구를 칠판에 쓰셨죠. 볼 관자에 소리 음자. 전의 아이디어와 연결이 되었고 소리를 보는 것이 어떤 걸까 라고 생각과 탐색을 하다가 법화경의 한 문구를 찾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으면 관음보살이 보시고 우리가 마음 하나로 그를 이야기하면(칭명이라고 하죠) 관세음보살이 '그 소리를 듣고' 해탈을 주러 온다. 라는 이야기를요. 그걸 본 순간 "아 이거다" 라고 감을 잡았습니다. 인생을 편하게 살려면 관음보살을 만들어서 내가 해탈할 수 있게 방향을 잡아야겠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시작했어요. 그게 대학교 3학년 때, 93년도입니다. 이때부터 시작해서 이런 저런 시도를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Eleven faced Boddhisatva, Crossroad Gallery, Seoul 1993



aliceon 소리를 다루기 위해서 어떠한 과정을 거치셨는지요.


관음보살의 중요한 도상적 특징 중 하나는 머리에 화불을 지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라디오에 화불을 올려놓았었습니다. 관음보살은 자신이 해탈을 할 수 있어도 일부러 안한 보살입니다. 모든 중생을 위해서 힘을 쓰고, 모든 사람이 해탈을 하면 자신도 비로소 해탈하기로요. 그런 의미에서 제 작업에 관음보살의 도상을 등장시켰습니다. 그런데 실제 작업을 놓아보니 사람들이 화불만 보지 라디오의 소리에 집중을 안하시더라고요. 저는 소리를 보여주고 싶은데 화불과 같은 이미지에만 집중하시기 때문에 이후 소리만 쓰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소리를 볼 수 있을까. 그것이 제가 집중하고 있는 방향입니다.


소리를 보여주기 위해서 10년동안 혼자 꾸준히 공부했어요. 부산에 계신 스피커 제작 전문가분께도 배우고, 앰프 제작자를 찾아가 보기도 하고, 혼자서 회로 공부를 하기도 하고. 여러가지를 하다가 너무 답답해서 2003년 정도에 오디오 레코딩 스쿨에 들어갔어요. 마지막 포트폴리오가 남았는데 밴드 레코딩이나 킥 드럼 사운드 잡는 법 등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냥 졸업은 그만두었습니다. 그 와중에 학과장님이 스탠포드를 소개해주셔서 여름학기를 다녔습니다.  2005년도에 Stanford University CCRMA HCI workshop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HCI(Human - computer interface) 과정이다보니 너무 computing practice쪽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방향과는 살짝 어긋나 있는 시간이었죠. 그래서 어디가 좋을까 다시 문의를 드렸고 CalArt(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 Graduate School Art/Integrated Media - MFA)를 소개받았습니다. 그 곳으로 옮겨 미술전공을 하면서 Intigrated Media를 수료했습니다. 그렇게 즐겁게 학교 생활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Sound Gear, Rain drop Sounds, Eight Channel Speaker

aliceon 작가님의 작업을 보자면 '소리의 시각화'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리와 시각 이미지. 감각의 변환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소리를 본다라는 것을 통해 전달하고 싶으신 것은 무엇인가요


소리를 볼 수 있다면 그때는 해탈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해탈하는 방식이 수만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진심으로 소리를 보면서 해탈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런 것 저런 것 해보는 과정에 있습니다. 물론 계속 실패죠. 어떻게보면 제 작업들은 다 실패작이에요.(웃음) 





aliceon 사운드는 공기를 매질로 촉각으로 전달되기에 귀 뿐만 아니라 피부를 통해서도 받아들여집니다. 즉 공간 전체가 매질이 된다고 할 수 있을텐데 작가님이 작업을 하실 때 공간에 대한 고려도 포함되는지, 그리고 공간까지를 맥락에 두고 작업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국립현대 미술관에서의 작업같은 경우 무대 디자인과 작곡까지 행했었습니다. 소리가 만나는 면은 소리를 프렉션 해주고, 반대쪽에서는 업서브 해주고, 바닥은 두꺼운 카펫을 깔고...등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했어요.  그렇게 작업했는데 효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결국 공간에서 얻어지는것보다 소리는 컨텐츠가 중요하다고 깨달았습니다. 요사이에는 어떤 소리를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관건입니다.




소리를 전달하는 데 있어 기기라는 존재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기술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계신지요.


말씀드렷듯, 처음에는 기술에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할애했습니다. 그런데 기술을 배우고 나니 오히려 마음편히 신경을 안쓰는 방향으로 가더군요. 




Sound Gear, Specific Sinewaves, Flexiglass Pipe 1999-2003



aliceon 작가님에게 사운드라는 매체는 어떤것인가요. 어떠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하시고 그에 이어 작업을 진행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소리는 조각적인 특성을 담고 있습니다. 입체감이 강하고 양감, 질감, 색채도 존재합니다. 게다가 가볍고 눈에 보이지 않아요. 훌륭한 조각 재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화양, 혼합재료, 2010, 설치전경



aliceon 개인전 질문으로 넘어가서 개인전, 화양이라는 이름의 전시에서 중요한 키는 무엇인가요.


이번 개인전은 저에게 있어 8번째 개인전입니다. 국내 개인전으로는 네번째로 10년 만입니다. 

마침 장자를 읽고 있었습니다. '뱁새가 황새될 수 없다' 라는 문장에서 드러나듯 운명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내가 암만 잘해봐야 거기서 거기지. 발버둥이 소용없다 라는 것이었죠. 이는 공자식 마인드가 대비가 되었습니다. 공자를 대표하는 것은 바로 '입신양명'이죠.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장자는 이러한 거대한 포부를 보며 안되는거 알면서 사람들에게 계몽하려고 열심히 노력한다 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삶의 가장 빛나는 모습이 무엇일까. 이 화두에서는 장자나 공자의 이야기 모두 모두 슬픈 이야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삶이 가장 빛날 때 가장 예쁜 형태, 가장 예쁜 소리를 내었을 때 내 삶은 오히려 슬퍼지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지점이 이번 개인전 작업의 시작점이었습니다. 화양이라는 건 제가 만든 말입니다. 빛날 화자에 모양 양자. 


전시 공간에는 화양이라는 이름 하에 스피커들만이 배치가 되어 있습니다. 가로로 긴 것, 네모난 것, 조그마한 것 등 다양한 스피커가 존재합니다. 배치의 포인트는 공간 안에서의 조화입니다. 이 전시장 공간에 맞추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공간 화랑이라는 곳이 파벽돌, 조적식 구조이며 바닥조차 돌을 그라인딩 시킨 구조로 되어있어 반사음이 생각보다 굉장히 심해요. 하지만 무거운 재료이기 때문에 반사음이 산만하지는 않습니다. 공간 구성의 경우 오밀조밀하고 천장이 낮아서 사운드 아티스트에게는 독특한 곳이며 동시에 어려울 수 있는 공간입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어려웠고요. 함부로 다뤘다가는 큰일나겠다 해서 이 공간에 가장 어울릴만한 형태와 소리를 찾아보자라고 접근했습니다. 




화양, 혼합재료, 2010


aliceon 화양 전시를 구성하는 것은 스피커를 통한 빗소리와 연필로 그리는 소리입니다. 빗소리는 특별히 의도하신 부분이 있으신가요.


항상 레코더를 가지고 다니며 소리를 녹음하는 것이 제 직업이자 취미에요. 그 중 가장 예쁜 소리는 무엇인가 생각해 왔어요. 저에게 가장 예쁜 소리는 종묘의 비오는 소리입니다. 98년 종묘에서 MD와 싸구려 소니 마이크를 가지고 녹음을 했는데 그때만큼 예쁜 소리를 찾아내지 못했어요. 내가 생각하는 가장 예쁜 소리를 가장 빛나는 순간에 들려준다 라고 연결했습니다.




aliceon 전시장 왼편의 인터렉션 작업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디제잉 작업이고, 2001년부터 꾸준히 해온 작업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소리를 쓸 수 있을까라는 맥락입니다.

제 모든 작품이 실패작이라고 했잖아요.(웃음) 그러한 실패들 속에서 계속 업그레이드한 작품을 내놓으면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도전하고 있는 작업 중 하나입니다. 이번에는 디제잉을 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아래 LP판 대신 종이를 놓고 연필로 그리면 저항값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도록 진행해 보았습니다. 결국 그림은 회로가 되고 연필은 저항 혹은 전자부품이 되는 거죠. 종이 표면에 저항의 위치를 바꾸면 소리가 달라지게 만든 작업입니다. 이 작업은 어떠한 소리인가 보다는 인터렉션 행위에 더욱 중점을 두었습니다.





aliceon 앞으로의 작업 진행 방향은 말씀해 주셨듯 해탈에 관해 끊임없이 탐구해 나가실 것이라 하셨습니다. 향후 계획은 어떠신지요.


구상하고 있는 작업 중 하나는 귀신 소리를 잡아보려는 프로젝트입니다. 귀신이나 소리나 볼 수 없는데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CD작업으로 내려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고스트 스팟을 10군데 정도 정해서 그 곳에 가서 두시간정도 사운드 스케치를 하려고 합니다. 마이크만 들여보냈다가 얼른 수거해서 믹싱하고... 제가 귀신을 좀 무서워해서 잘 진행할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웃음)


5월 29일에 진행될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프로젝트인 사운드 스케이프soundscape 에서의 작업을 진행중입니다. 그리고 게임 제작분야에서 사운드 디자인 진행하고 있습니다. 히트 프로젝트heat project라는 웹 기반 게임입니다. 장르는 FPS입니다. 총소리, 발자국소리 등의 SFX와 전체적인 소리의 밸런싱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올 가을의 인다프Indaf와 헤이리 전시도 역시 준비하고 있고요. 




alicoen 긴 시간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작가 홈페이지

http://www.kimkichul.com/


글. 허대찬(앨리스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