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진정한 디지털화를 위한 아날로그의 역할_exhibition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0. 17. 22:43


뉴미디어아트 시대에 예술의 영역에서 다양한 기술이 개입되어 하나의 작품으로 창조되어지는 과정에서 괄목할만한 특징은 단연, 디지털화이다. 디지털 이미지는 전통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조작, 변형된다. 이러한 조작, 변형은 전통적인 것과 오늘날의 최첨단 기술을 합성하기도 한다. 따라서 전시장에서 영상매체를 통한 3차원에 점진적인 익숙함은 단지 우연한 결과가 아니다. 김창겸은 자신의 작품 속에서 급속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기술적 메카니즘의 호소하기 보다는 디지털적 사고와 전통적인 아날로그 방식을 동시에 받아들여야 됨을 지적하고 있다.



그가 제시하는 전통적인 오브제와 영상물의 조화는 볼프강 벨슈(Wolfgang Welsch)의 상보성 논의로 설명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벨슈는 전자 매체 세계를 인공낙원이라고 상정하고 있으며, 인간이 인식한 모든 세계는 인공성을 내재하고 있으며, 모든 세계는 인공성을 내재하고 있으며 모든 세계는 근본적으로 인공적인 세계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인공성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기에 인공성은 자연성의 개념과 함께 짝을 이루어 작용하는 것임을 지적한다.1) 새로운 지각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잣대를 비롯하여 새로움을 인식하는 두 개의 눈을 보호해야 한다는 벨슈의 논의는 관람객이 오늘날의 매체예술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한 지적이라고 본다. 즉, 전자매체와 비 전자 매체세계에도 같은 정도의 관심을 가지고 그것의 중요성을 인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창겸은 실제로 자신의 작업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 중간자적 역할을 통해 새로움을 추구하되, 전통적인 것과 동떨어진 새로움만을 제시하지 않는다. 물론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서로 대립되기도 하지만, 디지털의 발달은 역으로 아날로그의 세계를 재확인 할 수 있는 동기가 되어 서로 돕는 관계를 공존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은 거울작업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작용한다. 영상이 투입되기 전에 관람객은 석고로 뜬 조각 설치물을 볼 수 있다. 영상이 투사되기 전까지는 석고조각품들은 비 물질성을 띠고 있는 하나의 오브제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영상의 투사는 움직임이 없었던 석고에 생명을 불어넣고, 그곳에서는 더 이상 가상적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얀 석고조각은 3차원의 스크린으로 변하고, 그러한 환경은 관람객을 작품 속으로 몰입하게 한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적 시도는 기존의 작업방식과는 상이하게 전달된다. 관람객은 거울 앞에 서는 순간 자신의 모습이 아닌 프레임 저편에서 거울을 보고 있는 특정인물을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거울 속의 인물은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관람객을 눈치 채지 못한다. 또한 거울 속의 인물 이외에 관람객의 자리를 메우는 듯한 또 다른 그림자가 등장한다. 관람객은 거울 앞에서 자신의 그림자가 스크린에 비추어져서 작업과 동일시되는 경험을 기대해 보지만, 작품과의 인터페이스 장치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소통방식은 더 강한 상호작용적 역할을 위해 계획되어 있는 작가의 설정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가 프레임 저편의 비실재적 공간에 내러티브를 부여하여, 관람객은 비실재적 공간에서 진행되는 행위가 마치 실재적 공간에서 행해지는 것처럼 상상을 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번 전시의 출품 작업을 통한 그의 사유궤적을 쫓아가다 보면, 그가 지금까지 선보였던 작업개념의 총채를 만나게 된다. 4년만이다. 그가 개인전을 열어 자신의 주된 목소리를 우리에게 들려주게 된 기회가 말이다.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그가 비디오작업과 디지털화 작업에서의 중간적 다리 역할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길 바란다. 무엇보다 그는 실재와 가상을 작업에 담아내는데 있어, 최첨단의 기술로 실재보다 더욱 실재 같은 것들을 생산해 내기 보다는 기존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버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새로운 가상적인 현실을 창조해 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미디어아트 분야의 생산자, 수요자 모두가 이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두 개의 눈을 보호하면서 그들 자리를 지켰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글. 이은주.앨리스온 에디터


* 본 전시는 앨리스온TV 15회에서 자세히 다뤄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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