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덴마크 비디오 아트 페스티벌 전_exhibition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1. 7. 01:11


지난 달 9일부터 11월 6일까지  덴마크 비디오 아트 페스티벌 전Denmark Video Art Festival_Subtle Whispering
이 평창동에 위치한 토탈 미술관Total Museum of Contemporary Art에서 열리고 있다. 기사에서 얼핏 본 덴마크 여왕의 국빈 방문과 토탈 미술관 등 덴마크 관련 전시가 열린 곳의 방문이 뇌리에서 떠오른다.
덴마크. 잘 알려진 스칸디나비아 3국에는 포함되어있지 않지만 북유럽인 그곳. 북유럽의 분위기가 잘 풍기는 나라. 각종 디자인 제품 등으로 잘 드러난 절제된 톤의 감성이 여기에도 잘 드러날까 기대하며 전시를 살펴본다.



덴마크 비디오아트 작품들은 3층의 전시공간 중 가운데층에 위치해 있다.  계단구조를 지니고, 암반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한 방에서 에바 코흐Eva Koch의 Compilation을 접한다. 회색빛 하늘과 회색빛 바다가 만나는 해안가의 방파제. 회색 파도가 굽이치는 가운데 사람들은 방파제를 거닐고 있다. 햇빛없는 회색의 공간에서 다소 높은 파도가 맴도는 공간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여가와 놀이의 공간은 아니다. 오히려 불안한 그 공간에서 사람들은 유희하듯 파도치는 방파제에서 달리고 산책한다.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북구 유럽의 공간은 기묘한 불안감과 즐거운 여가 사이를 줄타기하며 흘러간다.





이러한 미묘함은 야콥 테커Jacob Taekker의 감정의 풍경(Emotional Landscape, 2005)에서도 볼 수 있다. 각 공간별로 합성되어 쌓여진 동네 골목의 풍경에서 한 아이는 멈추지 않고 축구공을 벽에 차며 놀고있다. 그 행동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가운데 비둘기, 앉아있는 동네사람, 그리고 밤과 낮마져 소년과 같이 반복되어 움직인다. 하지만 이들간에 교류는 없다. 자신의 영역을 고수한 채 묵묵히 그 행동만을 반복한다. 90년대 유행했던 어드벤쳐 게임을 다시보고 있는 느낌이다. 한 공간에 위치하지만 동시에 고립된 공간에서 자기 역할을 맞고 있는 각 객체들. 클릭하면 단서를 제공하기 위해 각자의 움직임을 보여줄 듯 기다리고 있는 등장인물과 물체들. 적막하면서도 소란스럽다. 현실의 레이어들을 쌓아올려 구성했지만 현실적이지 않고 환상적이며 나아가 적막하다.




다음 방에서는 파티장의 모습이 3개의 스크린을 통해 보여진다. 실내 디자인과 동일해 보이는 소파들은 이 세 공간이 같은 공간임을 보여준다. 하나의 공간에서 2~3인이 모여 각자의 고립된 공간을 만들어 그 안에 침잠한 채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파티지만 열정되고 광란된 모습이 아닌 절제되고 깔끔하게 공간안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지막 공간에 위치한 아카이브 룸에서는 참여작가들의 포트폴리오 및 책자들, 그리고 나머지 작가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릴리베스 쿠엔카 라스무센Lilibeth Cenca Rasmussen의 예술가들의 노래(The Artist's Song, 2007), 오한나 돔커Johanna Domke의 잠자는 사람들(Sleepers, 2006) 은 충분히 강하고 즐거웠다. <예술가들의 노래>는 예술가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랩을 통해 즐겁게 전달하고 있었다. 뮤직비디오의 형식으로 뮤직비디오의 세트와 등장인물의 패션 등은 독특한 흰색의 구성아래 절제되어 있지만 유쾌하게 하지만 가볍지 않게 작가의 이야기를 전달했다. <잠자는 사람들>은 영국의 stansted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잠들어 있는 사람들을 느린 속도로 잡아내었다. '이동'을 위해 일체의 움직임도 없는 상태에서 정지한 체 공간과 시간을 부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정적이면서도 움직이기 직전의 불안함을 지닌다. 유럽의 저가 항공을 이용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가격을 줄이기 위해 이른 오전 혹은 늦은 오후 시간이 주로 배정되며 또한 그런 티켓이 싸다. 대중교통도 없는 시간, 더더군다나 공항도 멀기에 결국 일찌감치 가서 밤을 지새는 사람들. 용도가 다른 공간에 휴식을 취하는 그들의 모습은 불안하지만 동시에 편안하다. 아니, 내일을 위해 편안해야만 한다. 그 모든 대립과 모순들이 굉장히 절제되어 조용하게 펼쳐진다.







싱글채널 전시가 많지도 않지만, 거기에 처음으로 덴마크라는 지역의 지역색이 물씬 풍기는 전시를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었다. 일관된 느낌과 분위기는 덴마크라는 공간에서 자라고 생활하고 있는 작가들의 토대를 잘 드러내고 있다. 독특한 자연과 환경 아래 드러나고 보여지는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정서와 모습은 낯섬의 체험이라는 예술의 한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열린 상반된 분위기의 전시들은 그 색을 많이 퇴색시켜 버렸다. 사전조사 없이 시작한 전시관람이라 3층에 걸친 전시 중 가운데층만이 덴마크 전이라는 것을 모른 채 잠시 당혹감에 빠졌었다. 분명 절제된 모노톤으로 자근자근 접근하는 덴마크 영상미술은 확실히 그 색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난데없는 일상과의 교류에 집중한 인터페이스 중심의 다른 전시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공간 전반적으로는 마음껏 참여를 유도하고 톡톡 튀는 이야기를, 중간에 낀 곳에서는 침잠되고 미세하게 조율된 조용한 대화를 하려 한다. 공간을 다르게 두고 전시를 진행했지만 기획측에서 의도했을 전시의 분리는 일어나지 못했다. 토탈미술관같은 특색있는 한 덩어리의 공간에서는 국립 현대, 서울 시립 미술관같은 큰 영역에서의 완전히 분단된 공간 운용은 어렵다. 결국 이번 덴마크 미디어아트 전시는 Digital Playground 2007 전시와 밍숭맹숭 섞여버린 '모듬전'이 되어 버렸다.
늘 제기되는 미디어 아트 작품의 관리 문제도 여전하다. 물론 전시가 얼마 남지않은 막바지였지만 작동이 안되는 것은 분명 문제이다. 아카이브 룸에 위치한 것 중 니콜라이 레케_NiKolaj Reche의 작업은 아예 DVD미디어가 들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방치되어 있었다. 넷필름메이커스 www.netfilmmakers.dk에 접속된 단말기는 클릭을 해도 링크되지 않은 채 화면이 계속 겹치는 등 에러 스크린만 드러낸 채 눈 앞에 놓여 있었다. 전시장 입구에는 당당하게 미디어아트의 아카이브, 전시, 보존 프로젝트인 404 Object not found 의 대형 팜플렛이 놓여져 있는 상태이다. 미디어아트 전반에 걸친 장대한 관리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본산에서 보이는 이런 에러는 아이러니하다.

글. 김영주.홍익대학교 회화과 석사과정, 2D 일러스트 디자인 프리랜서 shkak1648ad@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