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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디지털미디어를 이용해 연출한 공간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기대를 갖게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또 한편의 이성적 판단은 ‘큰 기대를 갖지 말 것’이라는 경고성 멘트를 꾸준히 전송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홍보관이 개관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머릿속으로 기대에 부푼 그림을 그렸던 건, 말그대로 SAMSUNG이라는 나름의 네임밸류에 나도 모르게 점수를 얹어주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작년 12월, 강남역과 연결되어 있는 삼성 서초사옥에 지하1층에서부터 지상2층까지 3개 층의 공간에 삼성전자를 홍보하는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공간이 문을 열었다. 삼성전자 홍보관 ‘삼성 딜라이트’(samsung d'light)는 ‘삼성전자’가 가지고 있는 기술력과 사업철학을 보여주고(내지는 과시하고자), 자사 제품의 쇼룸으로서도 사용하기 위해 기획된 공간이다. 그래서 이 공간 내부는 각종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과 상품들이 동원되어 디스플레이 되어있다.

우선 지하1층은 삼성전자 제품의 쇼룸의 성격이 강한데, PDP나 노트북, 각종 기기들을 사용해 볼 수 있는 공간과 실생활의 공간에서 어떻게 자사의 최신 디지털 제품들이 유비쿼터스 등의 기술들과 결합돼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공간, 그리고 잠시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 등으로 공간마다 이용 목적이 부여되는 공간배치로써 관람객의 취향과 필요에 따라 산발적 이동이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 지하층의 한쪽 벽면은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인터랙티브 월이 설치되어 있기도 하다. 1층에는 인터랙티브 활동이 가능한 대형 스크린월과 바닥에 대형 스크린 등이 설치되어 있으며, 각각에는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하도록 입력기가 놓여있다. 2층은 대형스크린월과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바닥면의 스크린, 그리고 기둥들을 설치해 두어 삼성이 가지고 있는 철학을 이미지화 하고 있으며, 한쪽에는 출시 예정 중에 있는 제품들을 버추얼이미지로 보여주는 전시대가 설치되어 있다.

이 공간은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전문으로 하는 ‘이야기 나무 봄바람’에서 기획, 진행하고 1층 ‘FLUR’에서 인터랙티브 미디어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삼성전자 홍보관은 인터랙티브 미디어와, 대형 스크린들을 활용해 공간을 채웠다는 점에서는 크게 나무랄데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개층의 공간을 돌고나면 특별한 감흥이 오지는 않는 미적지근한 공간이 되고 말았다. 쇼룸의 형식을 띄는 지하층의 경우를 차치하더라도, 1층의 경우에는 능동적 활동과 수동적 활동이 분리되어 선택적으로 접근 가능하지만, 공간 전체의 활용도가 높지는 않으며, 또한 공간 내에 특별한 맥락이 없는 것도 집중도를 낮추는 요인이었다. 2층은 오히려 이미지가 주가 되는 공간이지만 삼성전자의 철학을 담아내는 공간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버츄얼 이미지들만을 사용해서 구현함으로써 ‘이미지’ 전달에는 더 효과적일 수 있었다. 그러나 공간에 설치된 컨텐츠간의 인과관계나 스토리텔링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고 각각이 개별적으로 설치‘만’ 되어있는 맥락을 읽기 힘든 공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디지털미디어 공간은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기 때문에 분명 그것을 통해서 일차적인 즐거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미디어로 가득 차 있는 잘 꾸며진 공간 안에서 비어있다는 인상을 받는다면, 그것은 분명 기획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홍보관에서 이뤄지는 것들도 유형이 다를 뿐 분명 전시exhibition의 일종에는 틀림이 없다. 컨텐츠를 공간에 단순하게 집어넣어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를 만들고 그 스토리에 따라 관람객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전시 기획이 담당해야 할 부분이라면, 국내의 다른 미디어 공간들과 큰 차이 없이 삼성 홍보관에서도 이 부분을 놓쳤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을 듯하다. 이점은 특히나 ‘삼성’의 홍보관이기 때문에 더 아쉬운 점이다. 공간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철학이나 미학이 필요하고, 그 생각들을 얼마나 흥미로운 방법으로 풀어내는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공간을 볼 때 마다 아쉬운 점은 분명 어떻게 하고자 한다는 생각은 존재하지만 이걸 즐겁게 재밌게 풀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홍보관에서 내세우는 키워드는 Change&Dynamic, creativity&freedom, alive&new이다. 그러나 이것을 표현하는 것으로는 자연환경, 즉 water, grass, light를 가지고 왔다. 물론 자연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차용하고 싶어 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전자회사라는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았기에 뭔가 허전함을 느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삼성 홍보관 탐방기를 마치며, 더 이상 심심한 디지털 미디어 공간은 보고싶지 않다는 절박한 심경을 끄적여본다. 제발 즐거운 공간을 만들어주세요 네에~? 추가로! 사진은 사진일뿐, 실제와는 다릅니다.


지하 1층

지하 1층

지하 1층 라이프스타일 중

1층 라이트월

1층

1층 바닥

1층 라이트월

2층

2층

2층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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