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관련 서적

Physical Computing_book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0. 17. 11:24


센서, 마이컴 등에 대해 한참 재미를 가지고 웹 서핑을 하던 어느 날, Dan O’Sullivan 과 Tom Igoe 의 뉴욕대 ITP 강의 사이트인 피지컬 컴퓨팅을 발견하게 되었다. 필자가 강의 사이트를 발견할 당시만 하더라도 책의 상당 부분이 공개되어있어 수시로 들락거리다 2004년에서야 책으로 접하게 되었다. 그 당시,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미디어아트는 생소하였으나 상당히 많은 부분은 루틴화 되어가고 있던 시기라, 책으로 정리되어 나오는 내용들은 미디어 아트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에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였다고 보여졌다. 미디어 아트의 붓과 물감이라 할 수 있는 센서, 마이컴, 모터, 디스플레이 등과 이를 아우르는 전기전자 공학에 대한 지식은 공학도가 아닌 이상 쉽게 접근 하기가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피지컬 컴퓨팅이란 책의 등장은 공학의 지식을 예술, 더 나아가 즐길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물론 이 책을 아는 사람은 여전히 소수이다. 하지만 그 가치는 머지않아 빛을 발하리라 생각된다.

이 책은 실용서이다. 대학에서 배우는 공학서가 철저히 이론 위주인데 비해 이 책은 모든 실험을 그림과 함께 따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미디어아트 관련 서적인 관계로 그 동안 미디어아트 계에서 자주 쓰여왔던 전자 회로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독특한 구성은 당연히 전자 공학의 부분집합이긴 하나 여타 전자 공학 책에선 한번도 시도 되지 않은 구성이다.

우선 책에선 기본적인 전기 기초 지식을 살짝 소개하고 바로 회로 구성에 필요한 공구와 기타 장비, 부품 등을 구매할 수 있는 노하우에 대해 말하고 있다. 빵판, 저항, 캐패시터, 서보모터, LED, 시리얼 컨넥터 등 기본적인 미디어아트 시스템을 구성하기 위한 재료들의 설명과 더불어 어디서 사면 좋을지, 무엇을 사야 좋을지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이러한 정보는 수 년 동안 작업을 해온 저자들의 소중한 자료로 입문자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음으로 회로를 만드는 기본방법을 납땜하는법, 전선 꼬는 법부터 시작해서 빵판에 마이컴을 배열하여 기본적인 동작회로를 만드는 방법을 그림으로 설명해준다. 이를 바탕으로 마이컴에 대한 기초설명, 프로그래밍 방법들을 공학지식이 거의 없이도 알아 들을 수 있게 말해준다.

기초 회로 구성 지식을 익힌 후, 본론으로 가장 자주 쓰이는 4가지 회로에 대해서 모터, LED, 휨센서, 스위치 등을 마이컴과 함께 구성하여 각 회로의 특징을 실험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이렇게 구성된 독립 마이컴 회로가 컴퓨터와 통신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인 시리얼 통신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한다. 이 정도만해도 독자들은 상당히 많은 부분을 혼자서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센서에서 입력을 받아 컴퓨터에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좀 더 상위 레벨로 들어가게 되면 앞서 배운 기초 공학 지식이 실제 인터렉티브 아트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접목될 수 있는지 예를 통해서 보여지게 된다. 그 중에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챕터8은 어떤 식으로 인터렉션을 디자인 할 것이냐에 대한 내용을 다룬 챕터이다. 제아무리 갖가지 센서, 초고속 마이컴, 값비싼 디스플레이를 써도 제대로 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지 않는 한 마음을 움직이는 인터렉션을 만들어 내기 힘들다. 또한 시나리오만 있다고 해서 센서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역시 인터렉티브하기 힘들다. 챕터 8에서는 이러한 점들을 지적하며 올바른 인터렉션 디자인에 관해 말하고 있다. 다음 챕터들에서는 움직임을 센싱할 수 있는 다양한 센서와 회로 구성, 움직임을 나타낼 수 있는 모터, 기계 장치들과 회로 구성, 터치에 대한 센싱, 미디 통신과 같은 시리얼 통신 외의 새로운 장치간 통신 방법에 대한 예들과 회로구성, 그리고 프로젝션, 조명, 사운드 장치들을 실제 작품 설치와 관련하여 말하고 있다. 또한 Appendix 에서는 부품을 살만한 추천 구매샵 리스트도 나와있다.

이렇듯, 이 책은 선구 미디어 아티스트들과 그들을 잇는 아티스트들이 상당히 애용해 왔던 전자 공학과 실제 사용 장치들간의 동작을 예로 들어 기초부터 심화까지 구성해놓았다. 공학도인 필자로서도 이러한 책을 대학 초년생 때 접했다면 지금의 인생은 한층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할 정도로 공학과 기술에 대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써놓았다. 물론 입문용이라 예로 나와 있는 회로들이 상황에 따라 보완이 필요한 것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이 책처럼 뭔가 창조하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면 이미 그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고 싶다.

사실 이러한 책을 집필한 저자에게 너무 감명한 필자가 약 2년 전 Tom Igoe 에게 편지를 보내 번역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이미 ITP 출신 한국분이 번역을 하기로 하셨다 하여 포기한 적이 있었다. 어서 빨리 한글판도 나와 미디어아트계는 물론 공학계에도 많은 사람들이 쉽고 재미있게 ‘피지컬 컴퓨팅’의 세계에 입문하길 바란다.


글. 송호준 미디어아티스트 (songhoj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