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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CAMPost#01_일본YCAM(야마구치 정보예술센터) 들여다보기_world report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0. 17. 11:26


언젠가부터 일본에서 만들어지는 거대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들의 크레딧에 YCAM이라는 이름이 붙어 나오기 시작했다. 덤타입 – 다카타니 신로, 후지모토 다카유키, 이케다 료지, … - , 사카모토 류이치, 엑소네모, 미카미 세이코, dNA, 쿠와쿠보 료타, 시부야 케이치로,… 등 일본 미디어아트를 이끌어가고 있는 큰 이름들의 뒤에도 종종 YCAM이 등장하였다. 홈페이지 등 여러 자료들을 통해 파악한 것은 `정식 이름은 야마구치 정보예술센터(Yamaguchi Center for Arts and Media)이고, 미디어아트 전시뿐만 아니라, 작품의 제작을 주로 진행하고 있는 기관으로, 혼슈 끝자락, 야마구치라는 소도시에 있다고 한다’는 정도였다. 마침 올 8월부터 좋은 기회를 얻어 이 곳에서 인턴쉽을 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2008년 3월까지 7, 8개월이라는 긴 기간 동안 미디어아트의 제작에 대한 전반적인 과정을 지켜보고,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앨리스온 독자들과 공유해보고자, 본 연재를 기획하게 되었다. 지면(? 혹은 바이트?)을 할애해주신 앨리스온에도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야마구치의 명소인 유다온천과 야마구치 시내의 중간 지점쯤의 중앙 공원에 위치하고 있는 YCAM은 2003년 11월 개관한 이래로, 매년 3-4개의 미디어아트 작품과 1-2개의 미디어 퍼포먼스를 꾸준히 제작해오고 있다. 잘 갖추어진 프로덕션 시스템을 통해 미디어아트 작가 개인의 역량만으로 만들어 내기 힘든 작품들을 생산해내면서, YCAM은 세계 미디어 아트계 안에서 점점 자신만의 위치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이 곳에서 제작된 작품들은 Ars Electronica, Transmediale, DEAF, 싱가포르 비엔날레 등 세계적인 페스티벌들과 여러 미디어아트 전시들에 초청되어 호평을 받았다. 대부분의 미디어아트 전시들이 완성된 프로젝트들을 초청하거나, 새로운 작품에 대해 금전적인 지원만을 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 곳에서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야마구치에서의 생활은 물론, 제작을 위한 기자재의 지원, 작가비, 작품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위한 전문 인력의 지원 (상주 테크니션 +a) 등 작품을 제작하기 위한 모든 것들을 포함한다.

이번은 시리즈의 첫 글이니만큼, YCAM의 전반적인 현황을 짚어보고자 한다.



YCAM 산책

YCAM 건물은 두 개의 기관이 공유하고 있다. 야마구치 시립 도서관과 야마구치 정보예술센터. 1년에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80만 명에 이르고, 그 중 60% 정도가 도서관 이용객이라고 하니 미디어아트와 YCAM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방문하는 사람들은 연간 30만 명 정도라고 볼 수 있겠다. 야마구치 시의 인구가 약 19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꽤 의미심장한 숫자이다. 건물 안에서 YCAM이 활용하고 있는 공간은 넓은 로비, 세 개의 스튜디오, 학습실, 랩, 스텝 사무실, 회의실, 다목적실 등이다.



YCAM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널찍한 로비와 4개의 중정에서는 평소에는 중고등학생부터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앉아 쉬거나 공부를 하기도 하지만, 전시, 퍼포먼스, 강연, 작가와의 대화 등의 이벤트들에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스튜디오 A는 4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극장으로 객석을 설치하여 전통적인 무대 기반의 작품을 보여줄 수도 있고, 객석을 모두 지하 창고에 넣고, 공간을 평면으로 바꾸어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스튜디오 A의 이러한 활용 가능성은 유연한 공간적 구성을 필요로 하는 미디어 작업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한다.

 4월 YCAM에서 제작 및 전시되었던 사카모토 류이치와 다카타니 신로의 작품 LIFE가 설치되었던 것도 이 곳이었다. (작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회에 다루기로 한다.) 스튜디오 B는 20미터x15미터, 높이 10미터 정도의 공간으로 평면을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고, 작품 제작과 전시가 가능하며, 공연과 전시 모두에 활용될 수 있다. 현재 이 곳에서는 10월 14일 오픈 예정인 dNA의 Corpora Insi(gh)te의 전시 준비가 한창 진행 중이다. 스튜디오 C는 100석 정도의 고정석이 있는 소극장으로 평소에는 대중적인 극장에서는 볼 수 없는 영화를 상영하고, 이외에도 심포지엄 등을 개최하는 장소로 활용된다.




학습실은 교육 부문의 워크샵이나 교육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서 활용되거나, 소규모 회의들을 진행하는 장소로 쓰인다. 학습실과 바로 맞붙어 있는 랩Interlab은 YCAM 프로덕션 시스템의 두뇌로, 영상 전문가, 음향 전문가,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등 다양한 기술진이 작품 제작을 위해 연구하고 생활하는 공간이다.



YCAM 사람들

YCAM의 조직은 도서관과 YCAM을 함께 대표하고 있는 관장을 시작으로, 야마구치 시 공무원들로 구성되어 각종 사무를 담당하는 사무국, 제작 관리 담당, 기획 제작 담당, 교육보급 담당, 홍보 담당, 제작 기술 담당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기획 제작 담당에는 미디어아트 전시의 기획을 하는 큐레이터 팀과 공연예술 부문의 기획을 담당하는 극장 팀이 있다. 이들은 매년 10월쯤까지 다음 해의 이벤트들을 기획하여 예산을 확보하고, 기획들의 진행을 책임진다. 아트부문 큐레이터인 아베 카즈나오는 캐논 아트랩 시절부터 큐레이팅을 담당했던 미디어 아트 베테랑으로, YCAM의 색깔을 결정해 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사람들 중의 하나이다. 교육보급 담당에서는 YCAM에서 제작되는 작품들을 대중들이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안하여 작품의 개념적 배경이나 의미를 체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진행한다. 일반 대중들이 가장 쉽게 작품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만큼, 작가의 의도나 시각 이외에도 다양한 관점들에서 작품에 접근하여, 작품 자체에 숨겨져 있던 가능성들을 끌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작품과 관련된 워크샵 이외에도 코이치로 에토의 모듀로브ModuLobe (www.modulobe.com)나 MIT 미디어랩의 Lifelong Kindergarten(평생 유치원) 랩의 크리켓Crickets (www.picocricket.com)과 같이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유희적이고 교육적인 워크샵들을 개최하고 있다. 제작 기술 담당은 랩Interlab의 스텝들을 의미하는데, 미디어 아트 작품이든, 미디어 퍼포먼스든, 레지던시에 참여하는 작가의 작품 아이디어와 구현방식에 맞추어 전반적인 기술적 구현 방식과 문제 해결 방법들을 고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YCAM에서 일한다는 것

YCAM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스스로가 예술가이기도 하다. 영상을 담당하면서도 현대무용을 하고 있다든가, 하드웨어 디자인을 담당하면서 Ars Electronica의 Prix Ars Electronica에 작품을 냈던 작가이기도 하다든가, 교육 담당이면서도 이런저런 아트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든가, ... . 이러한 개인적인 창의적 활동들이 YCAM의 공식적인 지원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YCAM 구성원들의 삶의 일부로 존중 받고 있고, 이런 형태의 개인적인 창조성이야말로, 미디어 아트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부딪치게 되는 여러 기술적, 예술적 문제들을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YCAM에서 일한다는 것은 다른 미디어센터에서와는 다른, 훨씬 폭넓은 경험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먼저 완성된 작품을 초대하여 설치하는 것과 직접 작품을 만드는 데에 참여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작품의 개념을 실체화시키는 과정부터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단순히 완성품을 초대하여 설치하는 데에서 부딪치는 문제들과는 차원이 다른 난관들이 발생하고, 그것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YCAM과 YCAM의 스텝들은 조금씩 조금씩 다른 미디어 아트 센터들과는 다른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가고 있다. 또한, 이런 과정들은 매달 열리는 – 사무국 공무원들부터 랩의 기술 스텝들까지 모두 참가하는 - 전체 스텝 회의를 통해 공유된다. 이러한 정보 공유는 YCAM의 구성원들 모두가 YCAM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YCAM을 바로 곁에서 지켜본 지 이제 2개월이 되었다. 그간의 매일이 새로운 경험과 공부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앞으로의 볼 것들과 배울 것들에 대해서도 기대가 크다. 최근에 홈페이지를 리뉴얼하면서, YCAM은 그간의 활동들을 잘 정리하였는데, 웹으로는 볼 수 없는 내용들을 전달하는 시리즈가 되었으면 한다. (http://www.ycam.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