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202

Cross Animate 展_exhibition review

현대미술에서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작가들의 탐구는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애니메이션은 최근 몇 년간의 국제 비엔날레나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에서 눈에 띠게 활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뉴 미디어 아트의 새로운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디어 아티스트들 뿐 아니라 회화, 판화 등을 주매체로 하는 평면 작가들이 애니메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미술에 나타난 애니메이션의 매체 수용현상에 대한 접근에서 출발한 ‘Cross Animate'전은 이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단순히 애니메이션의 기법적 활용을 가미한 작품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애니메이션의 미학적 특성과 사유방식, 현대미술에서의 의미작용까지 고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애니메이션을 자유로운 표현을 위한 창작의 도..

테크놀로지와 아트가 만난 풍경_Multiscape-영상미디어전_exhibition review

“기술은 모든 예술활동의 근간이 되는 열쇠 가운데 하나이다. 기술은 우리의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이면서 동시에 장애이기도 하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생기는 긴장감이야말로 모든 예술작품에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다.” -빌 비올라(Bill Viola) 마산시는 올해부터 2013년까지 총사업비 7000억 원을 투입하여 구산해양관광단지 내에 한국형 로봇테마파크인 ‘마산 로봇랜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앞으로 5년간 99만 1700㎡ 규모의 부지에 로봇킹덤, 에코로봇 파크, 로봇아일랜드 등 3개 구역, 28개의 공, 수익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오늘날 여러 가지 신기술이 범람하고, 심지어 사람의 몸에까지 인공장기가 파고드는 현실을 직시해 본다면 곧이어 영화에나 등장하던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과 함께 거리를 활보할 날도 ..

I AM AN ARTIST_2008 젊은 모색展_exhibition review

‘젊은 모색’은 그 이름만으로도 상당한 권위를 지닌 한국의 대표적인 신진작가전이다. 출발한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이 전시는 현재 내로라하는 주요 한국작가들을 배출해왔고, 그러기에 미술계 내부의 각 분과들에서도 격년에 한 번씩 열리는 이 전시를 다들 눈여겨본다. 사람들이 주목하는 만큼이나 매번 개최될 때마다 호오가 갈리고 날카로운 판단의 잣대가 기울여지는 것도 이러한 관심과 무관하지 않다. 이미 시작된 지가 두 달이 넘은 이 시점에서 “2008 젊은 모색”은 꼭 가보는 게 좋을 전시로 추천되고 있다. 알고 보면 전시에 대한 평가가 꽤나 빠듯하게 내려지는 미술계에서 이러한 평을 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 논하자면, 두말할 것도 없이 완성도 문제로 귀결된다. 70년대 초반 생에서부터 8..

‘실종’된 역사의 가상적 표상_나현 개인전 ‘실종(MISSING)’展_exhibition review

“나는 누구인가...”라는 다소 진부하지만, 사춘기 시절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반복되고 있는 반문은 종종 존재론적인 물음인 동시에 나란 ‘주체’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이렇게 ‘나’라는 또는 ‘너’라는 주체를 형성하는 정체성이 다양한 맥락을 기반으로 하고 있듯이 예술작품의 해석 또한 작품 자체의 조형적 요소와 더불어 그 작품이 기반하고 있는 맥락을 찾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필자도 이번 전시에서 ‘한국전쟁’, ‘실종된 프랑스 병사’ 그리고 ‘작가의 정체성’이라는 다소 엉뚱하고 작위적인 설정을 보여준, 나현이라는 작가의 정체성에 대한 강한 의문을 품고 그의 작품속으로 들어가 보고자 한다. 작가 나현에게 있어서 ‘사건(event)’으로서의 역사에 대한 탐구는 E.H.Carr의 “역사는 과거..

각성공간, 실제에서 만나는 가상_exhibition review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외계인을 상상해왔다. 현재 인간의 모습과 비교해보면, 외계인은 지나치게 큰머리와 돌출된 큰 눈, 가늘어진 팔과 다리, 퇴화된 귀와 코…등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곤 한다. 그런데 우리가 상상해온 외계인의 모습은 다름아닌 기술문명 속에서 진화될 미래 인간의 모습을 예견한 것이란 설이 많다. 물리적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사이버 공간에 머무는 시간에 미치지 못하게 되면서, 눈으로 인식하고 머리로 사유하는 능력이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눈과 머리가 점점 더 부풀어오르지는 않을까 하는 상상은 무리가 아닌 듯 하다. 얼마 전 쌈지스페이스에서 열렸던 덴마크의 예술가 그룹 AVPD의 전시는 이렇듯 비대해진 눈과 머리로 세계를 경험하는 데 익숙해진 관객들의 감각능력을 각성시키기 위해 마련..

사회적 개입 - 미완의 프로젝트_exhibition review

상상마당에서 실험실 시리즈가 펼쳐지고 있다. 은 전시 뿐 아니라 퍼포먼스/ 세미나/ 워크샵/ 아티스트 토크 등이 결합된 페스티벌과 같은 형태의 다원적 프로그램이다. 2008년 11월 15일부터 12월 10일까지 ‘사회적 개입’이라는 주제 아래 첫 번째 실험이 시도된다. 이 프로그램을 단순한 전시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는 공간에서부터 드러난다. 전시장의 중심부에 벽을 세워 만든 5각형의 공간은 이 프로그램 기간 동안 작업실로 활용되는 동시에, 세미나, 퍼포먼스 등의 복합적인 행사가 진행되고, 그 외부의 공간에서는 영상 작품과 오브제가 설치된다. 외부 공간에 설치된 전시 작품들이 사회적 개입의 과거형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내부 공간에서 벌어지는 활동들은 사회적 개입의 현재진행형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NOW JUMP! 그림자를 넘어, 고정과 정체를 넘어_exhibition review

백남준이라는 이름이 한국에 주는 의미는 특별하다. 미술계에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인정할 그는 거장이다. 그의 작품세계 뿐 만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의 활동 역시 그가 위대한 작가임을 인정케 해주며 그 후광의 조도를 더더욱 높여준다. 플럭서스적인 그의 행동과 가치관은 사회와 대중들에게 '기행'이라는 모습으로 다가왔고 전문가들의 인정과 그런 인상적인 접점을 통해 이해가 힘듦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지도는 폭넓고 강하게 각인될 수 있었다. 그런 그의 이름이 붙은 기관. 이곳은 그 출생부터가 백남준 본인과 긴밀한 관계에 있다. 백남준 스스로가 소망하던 공간이었고 스스로가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 칭할 정도로 애착을 가지고 있었던 프로젝트였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백남준은 그의 사후에도 백남준 아트 센터에 강하게 ..

제임스 터넬(James Turrell) 의 빛과 공간_exhibition review

제임스 터렐은 말한다. “빛은 사물을 비추지만, 우리는 도처에서 빛을 보면서도 정작 빛 그 자체에는 좀처럼 주목하지 않는다.” 빛은 사물에 반영됨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이것이 빛인지 아닌지 의심이 들만큼 유약하게 표현하기도 하고, 아주 강하고 위협적으로 나타내기도 하면서 그는 빛의 존재감을 다양한 공간 안에서 우리에게 증명하려 했다. 토탈미술관에서 제임스 터렐의 첫 작품 관람의 시작은 관람을 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듣는 것이다. 첫 번째 방으로 가는 길은 빛이 없는 좁은 골목길이다. 나보다 몇 십초 먼저 도착한 두 관람객을 뒤따라 안내를 해주시는 분의 설명을 들으며 따라 들어갔다. 내 눈으로는 어떠한 것도 볼 수 없고 단지 그분의 목소리를 따라서만 움직이게 되었다. 안내를 해주시는 분이 “..

2008 미디어비엔날레 리포트_exhibition review

들뢰즈의 책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프랑스의 음악가 피에르 불레즈(Pierre Boulez)는 ‘전음렬주의’(total serialism)의 기법으로 유명하다. 전음렬주의란 쇤베르크를 위시한 20세기 초반의 현대 음악가들이 주로 사용하였던 음렬주의를 확장한 것이다. 음렬주의가 기존의 음계를 거부하고 음계를 확장하였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기보체계(악보)에 바탕을 둔데 반해, 전음렬주의는 음을 음표로 표현할 수 없는 영역으로 확장한다. 말하자면 전음렬주의는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음’의 정체성을 뒤흔들만한 전환 혹은 혁명의 확장이었다. ‘전환과 확장’이라는 이번 비엔날레는 그 제목만으로도 큰 기대를 갖게 하였다. 벌써 5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전시회는 비엔날레 전시 자체의 확장과 전환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미디어 ..

00to08, 5회의 비엔날레. 10년의 역사 _2008 제 5회 서울 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_exhibition review

10년이라는 시간이 경과하였다. 신의 영역을 제외하고서 시간의 지배를 받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예외적인 사례로서 예술 작품들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뛰어난 예술 작품은 시대를 관통해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이성을 깨우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것이 신적 영감을 지닌 시대의 천재들에 의해 만들어진 예술지상주의적 관념일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술의 특권은 예술 작품을 구성하는 근본 요소가 변화함으로서 사라지고 있다. 오히려 시간의 경과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예술 작품들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과 기술의 결합으로서의 매체예술은 앞서의 언급처럼 시간의 경과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시대의 맥락을 단편적으로 담아내는 과거의 도구적 매체로서만 기능한다면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