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146

알려지지 않은 도시들展_exhibition review

유럽과 한국의 젊은 작가들의 미디어아트와 사진을 소개하는 전이 지난 4월 11일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전시는 2006년 5월 파리에서, 그리고 같은 해 7월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후, 2007년 서울에서 개최되는 순회 전시로서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 출신의 작가 12명과 한국 작가 6명이 참여하고 있다.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어떠한 알려지지 않은 도시들의 모습을 우리에게 전달하는 것일까? 도시는 현대 문명인들의 생활의 터전이며, 현대 문화의 발생 공간이다. 때문에 도시가 담고 있는 기억과 공간, 시간은 어쩌면 우리를 말해주는 근원이자 본질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하고, 알고 있는 도시의 모습은 과연 진실한 것일까. 우리는 새로운 매체 환경에서..

ACD85展. 물신 예찬의 화려한 디자인 축제_exhibition review

국민대학교 제로원디자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ACD85’전은 뉴욕 아트 디렉터스 클럽에서 주최하는 ADC 어워드 85회 수상작들의 전시회이다. ADC 어워드는 전 세계 크리에이티브 아트 디렉터들에게 주워지는 가장 권위있는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로 광고, 그래픽 디자인, 인터랙티브 미디어,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하이브리드의 6개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ADC 어워드 85회의 6개 부문의 수상작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TV 및 라디오 광고, 포스터, 사진, 일러스트, 인쇄물, 인터랙티브 설치물 등 다양한 디자인 산물들을 선보이고 있다. ‘ADC85’전의 가장 큰 특징은 디자인이라는 익숙한 개념을 확장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에 있다. 보도사진이라고 볼 수 있는 여러 사진 작품들과 회화에 가까..

흑백사진아래 켜켜이 쌓인 그의 자취 <백남준 in Wuppertal>展_exhibition review

* 본 전시 리뷰는 케이블TV-ch.ART의 [앨리스온TV]와 연동됩니다. 백남준. 세계적인 아티스트,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미디어 아트의 아버지. 그리고 수많은 그의 업적들과 기담들. 예술분야 이외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알 정도로 그는 한 분야의 거인이다. 그의 사후, 그의 작업세계와 발걸음을 되짚어보며, 정리하는 전시들이 이어져왔다. 이번 전시 또한 백남준이라는 거성의 자취를 밟아보고, 미술사에 있어 그의 위치를 되새겨보는 그러한 전시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그의 작업세계 중 초기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전시의 제목에 등장하는 ‘부퍼탈Wuppertal’은 독일 서부에 위치한 인구 37만명의 작은 도시의 이름이다. 1936년 3월 11일 백남준의 첫 개인전이자 비디오 아트의 출발을..

미디어만다라_‘색’에 대한 인류학적 도상 <Jason Salavon>展_exhibition review

오늘날의 미술은 사회 내에서 하나의 문화 산업으로써 확산된 대중적 예술형식을 갖추려 하고 있으며 이것은 미술이 대중적 욕망의 기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정보와 통신의 발달은 동시성을 가져옴과 동시에 대중성을 유발하고 개개인의 차이를 없앨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대중사회는 문화적 '소비의 사회'이자 '조작의 사회'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전시가 ‘가인갤러리’에서 열렸다. 제이슨 샐러번은 대중사회에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접하게 되는 화면과 사물의 평균적인 색채를 제시하여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게 되는 ‘색’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컴퓨터와 예술_JASON SALAVON이 사용하는 방식은 회화처럼 보이지만 회화가 아니고 사진처럼 보이지만 직접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고, 비디..

거세된 센소리엄의 부활 <Urban Sensorium>展 _exhibition review

나는 서울에 살고 있다. 여기서 나서 자랐고 지금까지 살고 있다. 서울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도시이고, 세계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큰 도시이다. 도시는 내가 머물고 살아가는 삶의 공간 그 자체이지만, 워낙 익숙해져 버린 탓에 도시에 대한 깊은 사색은 시도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내가 살고 있는 공간, 내 집만큼이나 익숙해져버린 삶의 공간으로서 도시는 알게 모르게 이미 내 삶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어반 센소리엄'은 이렇듯 많은 사람들에게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공간인 도시에 관한 전시이다. 하지만 '도시에 관한 전시'란 표현은 너무나 포괄적이어서 이 전시를 설명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할 것이다. 이번 전시는 다양한 맥락에서의 접근과 논의가 가능한 도시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 온갖 기술미디어로 구..

컴퓨터그림, 상상할 수 있게된 개념을 보고…읽다._exhibition review

2006년을 마감하고 새로운 2007년을 맞이하는 시기에 빗트폼갤러리에서 C.E.B. Reas와 김수정의 컴퓨터 그림들을 보여주는 전시가 열렸다. 일종의 거부감을 자아내는 기계의 냄새를 풍기는 대신, 서정속에 역동성과 에너지를 담고 있는 이미지 하나하나에 머물면서 흥미진진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올 것이 왔다! 프로세싱으로 만든 컴퓨터 그림 “새로운 상상력은, 곧 알고리즘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들을 기구를 이용해 그림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능력은, 오늘날 의식을 그림으로 보는 것, 곧 미학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것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 빌렘 플루서(Vilém Flusser), 『피상성 예찬』 중에서 - 전시를 보는 내내 나의 뇌리에는 빌렘 플루서라는 시대를 앞서간 한 디지털 사상가의 예언과..

창조 에너지를 키우는 인큐베이터: 나비 쇼케이스 2007 _exhibition review

나비의 쇼케이스 2007은 지난 한해 동안 진행된 아트센터나비의 아카데미 프로그램과 커뮤니티 활동의 결과를 공유하고 수업의 과정을 공개하는 첫 번째 자리였다. ‘열린 정보•자료에 의한 새로운 창의성 Open Source, Open Creativity’이라는 주제로 이주간 디지털 미디어 세미나, 워크샵, 공연, 전시 등의 복합적인 행사들이 진행되었다. 처음 이 행사의 소식을 받아 들었을 때, 아 이거다 싶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완성작을 감상하는 일반적인 미디어아트 전시를 기대하고 찾아온 관객이라면 미완성의 작품들과 활동의 과정을 보여주는 쇼케이스 방식에 당혹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단한 신뢰관계 없이는 힘든 창작의 과정을 나누고 창작의 에너지를 공동으로 키우는 커뮤니티와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바람과 시간의 풍경 – 김태은 개인전 _exhibition review

거대한 바람의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반복되는 빛과 어두움. 전시장 중앙에 놓인 나무 탁자 위에서는 크고 작은 프로펠러가 제각기 돌아가고, 그 앞에 설치된 트리아드 빌딩 모형은 조각 조각 바람에 따라 흔들린다. 두 대의 카메라는 그 모습을 열심히 쫓아 전시장 벽면에 쏘아 보내고, 두 개의 시선에 잡힌 이미지는 바람과 시간의 순간성에 따라 끊임없이 변형된다. 미디어 작가이자 영화감독,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폭넓은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김태은의 3번째 개인전이 청담동 트리아드 갤러리에서 열렸다. 2000년 전, 2003년 전 이후 3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란 주제를 내세워 ‘이중적이고 상대적인 두 물질 사이의 역학관계’를 풀어내고자 한다. 바람과 시간이라는 절대적인 자연의 법칙. 유사점이라고는 찾아보기 힘..

접속, 되다. _exhibition review

아트센터 나비를 본 전시장으로 한 Connected 展 (2006. 12. 7. - 2006. 12. 30.)은 모바일 기기와 인터넷으로 24시간 네트워크화된 환경 속에 접속된 삶의 양상들에 대한 작가들의 시각을 보여주는 본 전시와 이와 더불어 모바일의 기기적 특성을 실험하는 Mobile It!이라는 ‘모바일 아시아 공모전’의 당선작 전시로 이루어진다. Mobile It!은 아트센터 나비뿐만 아니라 레스페스트 디지털 영화제, 휴대폰 채널인 TU DMB 채널블루, June M-갤러리를 통해 동시에 볼 수 있다. 또한 광주의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 홍보관에서도 12월 18일부터 30일까지 다양한 도시와 공간의 소리를 담아내는 ‘Sound Transit’ 등을 통해 아트센터 나비와 접속된 전시를 진행한다. ..

구동희.개인전.<방해> _exhibition review

푼크툼을 기대하는가? 기대하시라. 곧장 무너질 것이다. 구동희의 ‘방해’ 때문이다. 展은 싱글 비디오 채널 형식의 작품 3점(, , )과 삼면화 형식의 사진작품 한 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디오 작품들은 8분에서 16분 정도의 분량으로 이루어져 있다. 매체를 중심으로 한 전시에서 관객에게 가장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은 상연시간 5분을 넘어서는 작품들이 십 수 점 있을 때, 감상이 아닌 처리를 고민하게 될 때이다. 이 점은 몸의 물리적인 한계와도 맞물리기 때문에 아마도 매체 전시에서 근본적으로 반성해 봐야하는 항목이 아닌가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전시는 전시장의 한계에 맞추었다고 할지라도 성실하게 작품과 대화할 수 있는 적절한 전시환경이 아니었나 한다. 미디어가 메시지가 된지 이미 오래인데 우리는 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