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146

YCAMPost #10_이케다 료지의 데이터매틱스datamatics_world report

햇살이 내리쬐는 조용한 로비를 지나 스튜디오A로 향한다.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전시장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빛은 사라지고, 어둠과 조용하지만 날카로운 전자음이 주위를 감싼다. 좀더 들어서면, 새까만 공간에 가늘고 긴 선이 앞을 가로막으며 명료하고 눈부시게 빛난다. 선의 명료함은 그것을 둘러싼 공간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해 내고, 부유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선에 다가가면, 선은 면이 되고, 숫자 픽셀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는 필름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빼곡한 숫자들 사이로 다른 한 차원이 더 보이는 듯 한 착각이 눈을 어지럽게 한다. 필름을 지나 전시장에 들어서면 스튜디오A의 거대한 검은 공간이 펼쳐지고, 정면에는 숫자와 알파벳들이 픽셀처럼 가지런하지만, 실체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화면을 ..

world report 2008.04.16

씨너스 AT9 사운드필름페스티벌 (CINUS AT9 Sound Film Festival)

예전에 '씨넥스'라는 영화관이 있었습니다. 삼성생명 건물 안쪽에 있었던 극장인데요. 화면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당시로선 최고 스팩의 사운드 시스템을 자랑했던 영화관이었죠. 영화마다 각기 다른 사운드 포멧을 모두 지원해 각각 상영하기까지 하는, 정말 매니아들에겐 '환상적인' 영화관이었는데...아쉽게도 문을 닫았습니다. 뭐 그 이유는..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_^;;; 그런데 얼마전에 보게된 반가운 영화관 이벤트가 있어서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바로 씨너스에서 열리는 사운드 필름 페스티벌인데요. 사운드 디자인이 잘 된 영화들을 선별해 상영한다고 하니 기대가 잔뜩 됩니다. 특히 극장 상영시 놓쳤던 '클로버필드'를 마지막으로 영화관에서 볼 기회가 아닐까 하네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그 영..

live!/art & news 2008.04.15

픽셀로 보여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 - PIXELLER

복합 미디어 공간인 W Gallery에서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의 디지털컨텐츠 디자인랩 그룹전 'PIXELLER'가 열리고 있습니다. 전시명 픽셀러(Pixeller)는 픽셀(Pixel=picture element)과 셀러(seller)의 합성어로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 디지털컨텐츠 디자인랩 석,박사 과정생 9명이 디지털 캔버스에 자신만의 관심사로 시작된 추상성, 물질성, 비연속성, 해석적 형식과 스타일 실험을 제안하는 전시입니다. 3.20~4.10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신선하고 새로운 미디어 아트의 모습을 확인하실 수 있을듯 합니다. 그럼, 잠깐 어떤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는지를 몇 개만 살펴볼까요? ^^ (이하 보도자료 발췌) ------------------------------..

live!/art & news 2008.04.02

Media Architecture, 양만기 개인전_캔버스가 곧 스크린이다._exhibition review

모든 예술가들은 기술에 의존한다. 하지만 그 정도는 각 시대 혹은 개인에 따라 다양하다. 물감, 붓, 캔버스를 사용하여 그림을 그리는 1600년대 화가와 고가의 복잡한 기구를 사용하여 장편영화를 제작하고 편집하고 상영하는 1990년대의 영화제작 집단은 크게 다르다. 물론 어떠한 시대건 다양한 테크놀로지가 존재하며, 그 안에서 옛것(old) 새것(new)이 동시에 공존한다. 따라서 뉴미디어의 등장이 반드시 올드 미디어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1) 이처럼 21번째의 개인전을 예화랑에서 선보인 양만기의 작업에는 다양한 매체들이 공존한다. 회화와 조각과 컴퓨터로 이루어진 디지털 이미지의 조화로 완성되어진 이번 전시는 관람객에게 다양한 수용의 경험을 제공한다. 양만기 작업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의 특징은 그가 사용..

과거를 비추는 미래 - 원성원 개인전

볼일이있어 홍대 앞에 갔다가 루프에서 열리고있던 원성원 개인전 "tomorrow"를 보고 왔습니다. 독특한 느낌의 사진전 이었는데요. 정확히 말하면 이런 종류의 전시에 「사진전」이라는 표현도 조금어울리지 않을 수 있겠네요. 디지털의 시대에 들어오면서 이러한 경계짓기가 더더욱 무의미 해져버린 탓도 있겠죠. 어쨌든, 전시는 나름 인상적이었습니다. 익숙한 이미지도 있었지만 '~라면..'으로 대표될수있는 원성원씨의 작품 의도들이 잘 전달되었다고나 할까요? 다양한 이야길 상상하게하는 작품들이 재미있는 시선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현재와 과거, 그리고 오늘이 뒤엉켜 이야기를 하고있는 경험. 한가한 오후, 조금은 독특한 그만의 공상세계를 경험해 보시는건 어떨까요?^^

live!/art & news 2008.03.26

디지털시대의 군중, 관객의 고독한 방백_exhibition review

전시장에 들어서면 마치 잘 빚은 비스크인형처럼, 말갛고 깨끗하지만 창백한 낯빛의 인물들이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는 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의 망막에는 하나같이 네모난 빛덩어리가 어려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모니터 화면이다. 그들은 정보의 바다 인터넷을 헤매고 있거나, 인기 드라마, 영화를 들여다보고 있거나, 그 외에도 다른 목적으로 화면 속 세계에 몰입하고 있다. 어둠 속에서 찬란한 빛이 담겨 있는 상자를 열었을 때처럼, 화면이 내뿜는 빛은 그들의 얼굴을 밝게 비춘다. 이 빛은 얼굴 표면 뿐 아니라, 머리속에도 밝은 ‘지식’의 세례를 내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작가는 인공적인 빛 속에서 일상을 꾸려가는 창백한 현대인의 은유인 것처럼도 보이는 이 작업들을, 그들이 실제 바라보고 있던 화면과 동일한..

발터 벤야민과 메트로폴리스_book review

더 이상 숭배해야 할 것이 남아있지 않다. 우리가 지켜내고자 하는(혹은 했던) 영원불멸, 유일무이, 숭고, 신성 등의 가치를 비웃으며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자본주의와 상품들, 대규모의 군중, 그리고 이들이 낳은 현대성의 환영들로 이루어진 메트로폴리스라는 새로운 고향이다. 우리는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살아간다. 우리의 흔적은 도시의 인공물에 새겨질 것이며, 인류의 과거와 현재, 미래는 이제 도시 공간에서 읽혀질 것이다. 이런 말들이 너무 오래되어 진부한, 혹은 너무 지나친 이야기처럼 들리는 사람은 더더욱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벤야민은 메트로폴리스를 비판적으로 독해하기 이전에 우리 자신을 메트로폴리스와 같이 취급해야 한다고 . 심지어 벤야민은 도시에 관한 텍스트들이 형식과 내용 그 자체로 도..

YCAMPost#09 새로운 미디어 아트 작품을 창조하는 원동력_ YCAM InterLab_world report

YCAM의 가장 큰 특징은 전시, 공연, 워크샵 등 다양한 행사들을 개최할 뿐만 아니라, 그 중 많은 부분들을 직접 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YCAM에서 프로젝트를 제작한다는 것은 이 곳의 기자재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YCAM 인터랩의 제작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곳의 큐레이터들, 교육부, 그리고 시어터 팀과의 인터뷰에서도 드러나듯이 인터랩은 YCAM에서 탄생하는 프로젝트들의 제작은 물론, 기획 단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인터랩은 프로덕션 매니저, 음향 담당, 영상담당, 프로그래머, 기록 및 아카이빙 담당, 무대 담당, 디자이너 등 총 1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기술 스탭이라고 하면, 굉장히 건조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은 굉장히 흥미로운 구성원..

world report 2008.03.02

완전한 조작이 만든어낸 실제를 보라_exhibition review

‘예술은 실제를 인식하는 막강한 방법이고, 이 단어의 엄밀한 의미에서 예술은 실제를 인식하는 기술이다.’ - 빌렘 플루서 1) 푸른 수의를 입은 한 청년이 서대문 형무소의 찬 바닥에 웅크려 앉아 무엇인가를 써나간다. 벌래도 아닌 것이 로봇도 아닌 것이, 날카로운 가시를 곤두세운 기계는 청년이 새겨놓은 글자들을 뒤쫓으며 위협한다. 청년은 진지하게 내면의 소리를 써내려간다. 펜을 쥔 손에서 조금이라도 긴장을 늦추면 곧 악필로 변해버릴 그런 글씨는 집중력과 끈기로 결코 흐트러지지 않는다. 이것이 라는 퍼포먼스 작품을 통해 진기종이란 작가를 만났던 처음 모습이자 첫 기억이다. 몇 년이 흘러 진기종은 첫 개인전을 열었고, 이번에는 진기종이라는 작가의 ‘스타일’을 만날 수 있었다. 스타일.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진 ..

유비호, 현실을 이탈한 또 다른 세계의 창조_interview

이번 앨리스온 인터뷰코너에서는 지난 2000년도부터 한국미디어아트 영역에서 꾸준히 작업을 진행시켜 온 작가 유비호를 만났다. 지난 몇 년간, 미디어아트라는 용어의 테두리 안에서 가벼운 개념과 소재를 뒤집어쓴 예술작품들이 전시장에 펼쳐지면서 예술의 진정한 의미 찾기 보다는 흥미위주의 전시들이 기승을 부리기도 했었다. 오늘날 미디어아트영역에서 끊임없이 발달되고 있는 기술의 영향은 기존의 전통적인 매체의 진행과정과 결과물들이 주는 현상과는 상이하다. 따라서 미디어아트작가들은 이러한 기술에 의존하기도 하고, 자유롭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한 가운데 이번 인터뷰를 통해 새삼 알게 된 유비호작가의 결심이 있다면, ‘미디어아트’라는 측면보다는 이제는 좀 더 ‘아트’라는 용어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다는 점이다...

interview/Artist 2008.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