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준 59

미디어가 우리의 상황을 결정한다 : 기록시스템 1800-1900 _book review

“미디어가 우리의 상황을 결정한다” 최근 우리의 현실을 이렇게 적시하는 말이 또 있을까. 이 테제는 키틀러(Friedrich Kittler)의 기술결정론적 주장을 함축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그를 유명하게 만든 말이기도 하다. 미디어는 우리를 반영하고 투과하며 동시에 확장시킨다. 특히 근대에서 현대로의 진입의 문턱에서 기술 미디어에 의해 영향받지 않는 분야는 찾아보기 힘들다. 키틀러의 "기록시스템 1800-1900"은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현실이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시스템의 진화에 어떻게 연동되어 변화되었는지를 분석한다. 키틀러는 기술-미디어에 관한 관심으로부터 독창적인 미디어 학자로의 지위를 확립하지만, 이후 '음악과 수학 I. 헬라스 1:아프로디테'와 ‘음악과 수학 I. 헬라스 1:에로스’를 발표하며..

[유원준의 미디어문화비평] 5. 컨택트 (Arrival, 2016) : 미래를 기억하다

‘떠올리다'. ‘회상하다’ 등의, 기억에 따라붙는 술어는 기억이 과거의 지나간 사건을 지각의 흐름 속에 소급하는 행위임을 인식시킨다. 우리의 기억은 불완전한 동시에 불규칙적으로 소환된다. 이는 ‘기억’이란 프로세스가 인식 과정에 후행하기 때문이며, 선행되는 인식의 과정에서 이미 임의성과 자의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식을 기반으로 하는 기억은 완전한 형태로 소환될 수 없으며, 그 과정 또한 규칙으로 묶어두기 어렵다. 만약, 이러한 과정을 보편적 흐름으로 귀결시키고자 한다면 우리는 인식과 기억을 지배하는 우리의 감성/감정과 충격에 대한 논의를 우선 진행해야 한다. 결국, 우리에게 기억이란 스스로의 내재적 규칙에 의거한, 따라서 타인이 보기에는 충분히 불규칙적 알고리즘으로 인식될 수 밖에 없다. 그러..

Voice 2017.02.28

피의 생태계, 삶의 순환 _혈의생(권순왕,전혜정, 정지필) _interview

[과학 예술 융복합 전시 – 색각이상(色覺異常): 피의 온도展 참여작가 인터뷰]혈의생 (권순왕, 전혜정, 정지필)혈의생은 작가 권순왕과 사진작가 정지필, 기획자 전혜정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이다. 과학 예술 융복합 전시 展에서 혈의생은 '피''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탈피하여 자연과 공생하는 수평적 세계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알을 부화하기 위해 모기에게 빨린 인간의 피는 식물의 씨앗을 발아하게 만드는 자양분이 되고, 이러한 자양분이 다시 인간의 음식문화와 연동되는 순환적 생태계의 과정을 볼 수 있다. Q 각자 본인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전혜정(이하 전): 저는 기획자이자 평론가이고요. 다양한 분야의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순수 미술, 사진, 매체, 과학과 예술을 결합한 전시에 참여하기도 했..

interview/Artist 2017.02.05

GAS 2016 “색각이상(色覺異常) : 피의 온도 展”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예술과 과학의 융합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GAS 2016(Getting Artistic Contents with Science 2016) 과학예술 융복합 전시 “색각이상(色覺異常) : 피의 온도 展” 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크게 3개의 파트로 나뉘어서 진행된다고 합니다. 예술과 과학의 융합에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 내용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 GAS 2016 (Getting Artistic Contents with Science 2016) 2016년..

live!/art & news 2016.12.12

3차 ACT_Lab day : Media Surface - 내재성의 평면! 기억과 데이터베이스의 헤테로토피아

광주아시아문화의전당에서 세번째 랩 데이를 진행합니다. 랩 데이에는 광주아시아문화의전당 창제작센터의 랩 활동이 소개되는 동시에 해당 주제에 관한 세미나가 진행되는데, 이번 세미나의 주제는 'Media Surface - 내재성의 평면! 기억과 데이터베이스의 헤테로토피아' 이라고 하네요^^ 자세한 사항은 아래 이미지를 참조하시고, 참석을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이용하여 신청하시면 되겠습니다. https://www.acc.go.kr/board/schedule/event/1905

live!/art & news 2016.10.24

현실 세계의 확장된 거울, 포스트-미디어 아트의 현재 : 존 제라드(John Gerrard) _Interview

‘뉴욕 맨하튼 한복판에서 네바다 사막의 황량한 풍경이 펼쳐진다면 !!!’ 링컨센터(Lincoln Center)는 지난 2014년 뉴욕의 공공예술기금(Public Art Fund)의 후원을 받아 아일랜드의 미디어아티스트 존 제라드(John Gerrard)의 를 선보였다. 이 작품은 네바다 사막에 위치한 태양열 발전소와 주변 사막의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경을 실시간으로 뉴욕 한복판에 전송하는 설치 작품이다. 복잡한 도시 속에서 이러한 풍경을 마주하는 것은 분명 매우 생경한 경험임에는 틀림없지만, 사실 이 작품은 실시간으로 관측된 실제 풍경의 모습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재구성한 하이퍼-리얼한 작품이다. 앨리스온에서는 사진과 미디어를 활용하여 현실 세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작가, 존 제라드(John ..

interview/Artist 2016.09.06

CoverStory_TAG 12. 예술과 과학의 융합 : 2016년 한국, 예술과 과학은 융합하고 있는가? _2

"예술과 과학의 융합이 필요한가요?" 우리는 여러 자리를 통해 위와 같은 질문을 마주하곤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질문이 개인적으로는 매우 지루하게 느껴진다. 너무 반복되는 질문이기도 하고 당위성을 담보로 해야만 행위의 정당성이 인정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질문의 분위기 또한 맘에 들지 않는다. 물론 이해는 된다. 아직까지도 국내의 정황상 그 간극이 좁혀지 있지 않은 분야이며 또한 '융합'이라는 단어가 자아내는 일방향적이며 결과론적인 분위기 탓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공유해야 하는 지점은 그러한 질문이 과학-예술 융합/수렴의 불가능성 혹은 불필요성을 전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러한 질문에는 다양한 이유들로 (행정적, 경제적 혹은 역사적) 융합을 진행하기 위한 출발점을 점검하고..

cover story 2016.08.31

CoverStory_TAG 12. 예술과 과학의 융합 : 2016년 한국, 예술과 과학은 융합하고 있는가? _1

"우리는, 위대한 신발명들이 예술 형식의 기술 전체를 변화시키고 또 이를 통해 예술적 발상에도 영향을 끼치며 나아가서는 예술 개념 자체에까지도 놀라운 변화를 가져다주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않으면 안된다." 폴 발레리(Paul Valery), 『예술론집』 중 「편재성의 정복」에서 위의 언급은 프랑스의 비평가이자 사상가인 폴 발레리(Paul Valery)의 주장이자, 벤야민이 자신의 유명한 에세이인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을 여는 글로 인용되어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문장이다. 예술이 기술에 영감을 주고 기술이 예술적 발상을 결정하리라는 이러한 상호-침투적 예견은 현재의 시점에서 보자면 동시대 예술의 근간을 구성하는 (과학 기술과의 융합) 당연한 요소로 치부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위(두 장르의 융..

cover story 2016.06.15

직관이 통찰로, 통찰이 계산으로 수렴될 때 _column

직관이 통찰로, 통찰이 계산으로 수렴될 때 : 알파고(AlphaGo)가 제기한 포스트휴먼에 대한 질문 최근 대한민국의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과 구글의 자회사이자 영국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개발 회사인 딥 마인드(Deep Mind)의 알파고(AlphaGo)의 승부 이야기가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물론, 이러한 관심은 바둑 자체에 대한 것은 아닐 것이다. 최신 기술의 향방이나 바둑에 전혀 관심 없는 이들에게도 이들의 승부는 단순히 바둑 승부가 아닌 여러 가지 측면에서 논의가 끊이지 않는 화제 거리를 제공해 주었는데, 이는 우리가 흔히 SF영화를 통해 경험해왔던 기계가 지배하는 미래상에 관한 현실의 리포트이자 인간과 비인간을 구별해 온 인간 고유의 직관 혹은 통찰 능력에 관한 물음표를 제공해 ..

column 2016.04.11

소리의 생태계에서.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 태싯그룹 _Interview

2015년 10월 다시금 공연을 앞두고 있는 태싯그룹의 장재호, 가재발 작가를 만났다. 2000년대 초부터 그들은 국내에서 생경했던 사운드 아트 및 멀티미디어 퍼포먼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사운드의 생태계를 조성하고 이로부터 그들의 삶을 직조하는 일은 어떤 의미에서는 창조주의 작업과 유사하지만, 그들은 그러한 엄중한 의미를 상호작용적인 유희적 요소로 풀어내었다. 지난 10여년간 태싯그룹이 발생시켜온 사운드는 어디쯤 와있을까? Q. 태싯그룹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장재호 : 태싯그룹은 2008년에 결성됐습니다. 전자음악 작업을 하던 사람들이 새로운 것, 특히 알고리듬 아트에 매력을 느껴서 대중적으로 접근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태싯’은 ‘침묵’이라는 뜻으로, 존 ..

interview/Artist 2016.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