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비릴리오 지음_이정하 역_열화당_2008년 6월 그의 글을 읽으면 푸주칼이 떠오릅니다. 노련한 도살자는 짐승의 뼈를 다치지 않게 살을 발라낸다는 말이 있는데, 비릴리오에게도 어울리는 비유일듯 합니다. 다른 사람을 비슷하게 말하자면, 푸코는 회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과거를 되살려내어 현재의 모습을 떠올리도록 하면서 세세한 부분까지 들어내는 시각은, 아직 살아있어 보이는 싱싱한 요리를 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냅니다. 아직은 그가 발라낸 살을 보는 건 난감합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끔찍하게 여길 수도 있어요. 마키아벨리의 글은 잘 단련된 남성의 근육을 닮았다고 누군가 말한 기억이 나는데, 그걸 좀 고쳐말하면 비릴리오에겐 죽은 사람의 근육이 보이거든요. 하나의 책을 다 읽었을 때, 여운처럼 어떤 이미..